사랑은 곧 용서였다

by 단호박

“사랑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어느 모임에서 던져진 질문에 모두가 잠시 멈칫했다.
웃으며 대답을 피했지만, 그 물음은 내 가슴 한가운데를 파고들었다.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사회복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매일 술에 취해 있던 중년 남성,
홀로 병상에 누워 있던 할머니,
늘 손을 꼭 잡아야 안심했던 발달장애 청년.


그들과의 시간 속에서 사랑은 늘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술에 기대 하루를 버티던 남성에게는 정죄 대신 들어주는 것

홀로 병상에 있던 할머니에게는 뒤늦게라도 손을 잡아드리는 것

발달장애 청년에게는 매번 같은 인사를 반복하며 기다려 주는 것


사랑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었다.
끝내 포기하지 않고, 용서하며 곁에 서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종종 그 용서를 놓치곤 했다.


“이따가요”라며 미룬 약속,
피곤하다는 이유로 귀찮게만 느꼈던 전화,
보고서에 몰두하다 흘려버린 누군가의 눈빛.


그 순간마다 사랑은 멀어졌다.
그리고 다시 질문이 되살아났다.


‘나는 정말 사랑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가?’


한 어르신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젊은이, 내가 꼭 필요한 건 돈도 아니고 물건도 아니야.
그저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야.”


그 말은 오래도록 귓가에 맴돌았다.
사랑은 거창한 게 아니었다.


누군가의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용서요 사랑이었다.


동료와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업무 갈등으로 얼굴을 붉히고 며칠간 말을 섞지 않았다.


그러다 동료가 먼저 다가와 커피 한 잔을 내밀며 말했다.
“힘들죠? 그래도 같이 해봐요.”


그 작은 행동이 어색한 벽을 허물었다.
사랑은 화려한 언어가 아니라, 작은 용서의 몸짓으로 살아났다.


집에 돌아와 아들을 마주했을 때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빠, 오늘 힘들었어?”


짧은 한마디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사랑은 때로는 실수해도 괜찮다는, 묵묵한 용서에 담겨 있었다.


퇴근길,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단 하나였다.


사랑은 곧 용서였다.


서로의 부족함을 덮고,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힘.
그 힘 덕분에 우리는 하루를 버티고, 관계를 이어간다.


나는 메모장에 이렇게 적었다.


“사랑이란, 끝내 용서하는 것.
그리고 그 용서 속에서 다시 살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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