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by 단호박

해외 원조 현장에 파견되었던 분들이 한국으로 돌아오면, 우리는 늘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TV 뉴스 속에서만 보던 장면들이 그들의 입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졌다.


붉은 흙먼지가 가득한 도로, 반쯤 무너진 건물들, 그리고 그 옆에 줄지어 선 임시 천막.
아이들의 눈은 크고 맑았지만, 그 속에 담긴 결핍과 갈망은 숨길 수 없었다.


어느 현장에서 만난 한 어머니는 아기를 품에 안은 채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우린 잃은 게 너무 많아요. 하지만 가장 무서운 건, 우리가 혼자라는 거예요.”


그 말은 내 마음을 깊이 흔들었다.
물과 음식, 약품이 부족한 것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더 큰 상처는 ‘버려졌다’는 감각이었다.


그들이 전해 준 소식은 언제나 비슷했다.
쌀 몇 포대, 응급 약품, 학용품 상자 몇 개.


물질적으로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받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도움의 크기보다 중요한 건, 멀리서라도 누군가 자신들을 잊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아이들과 함께한 하루 이야기도 잊히지 않았다.
낡은 교실에서 색연필을 나눠주자,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해맑은 웃음 뒤에는 여전히 힘겨운 현실이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분명 즐거움이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깨달았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메시지가 물질적 지원 못지않게 강력한 힘을 가진다는 것.


그리고 그 깨달음은 내 일상에도 깊이 스며들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내게 말했다.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렇게 큰 힘이 되는 줄 몰랐어.”


또 다른 어머니는 아이의 치료비 때문에 절망하던 순간, 동료의 전화 한 통에 울음을 터뜨렸다.

“혼자가 아니라는 게 이렇게 다행일 줄이야.”


사무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보고서와 일정에 치여 지칠 때, 동료가 남긴 작은 쪽지가 큰 힘이 되었다.
“오늘도 고생했어요. 힘내요.”


그 말은 단순한 응원 같았지만, 내겐 혼자가 아니라는 신호였다.


나는 깨달았다.
사회복지사가 하는 일은 거창한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삶 속에 들어가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것.


오늘도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만나는 사람에게, 동료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자고.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그 한마디가 삶과 희망을 잇는 다리가 되리라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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