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강단에 한 강사가 올라섰다.
그는 유창한 말솜씨로 사회복지의 본질, 사랑, 나눔을 이야기했다.
손짓 하나, 억양 하나에 청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맨 앞줄에 앉아 그의 강연을 들으며 묘한 생각에 빠졌다.
‘저 사람은 실천가일까, 아니면 이야기꾼일까?’
강연이 끝나고 동료들이 말했다.
“정말 감동적이지 않았어? 마음이 새로워지는 것 같아.”
나 역시 감동을 받았지만, 마음속에 남은 의문은 지워지지 않았다.
현장은 늘 땀과 눈물, 때로는 냄새와 먼지 속에서 이루어진다.
말이 아무리 화려해도, 실천이 없다면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신입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한 전문가는 빈곤의 구조적 문제를 열정적으로 설명했지만, 강연이 끝난 뒤 현장을 직접 보러 오지는 않았다.
그날 밤, 나는 동료들과 함께 집을 청소하고 아이들을 돌봤다.
그때 내 안에 질문이 생겼다.
“이야기만 하는 것과, 실제로 몸을 던지는 것 사이에는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까?”
물론 말은 필요하다.
말이 있어야 마음이 움직이고, 마음이 움직여야 행동이 시작된다.
그러나 말만으로 멈춘다면, 오히려 현실을 가리는 장막이 된다.
실천 없는 말은 허공이고, 말 없는 실천은 지속되지 못한다.
며칠 뒤, 현장 실습생이 내게 물었다.
“과장님, 사회복지사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요?”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행동으로 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해.”
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현장에는 늘 구체적인 장면이 있다.
어르신이 넘어졌을 때 달려가는 손,
어린아이의 울음을 달래는 품,
가난한 가정의 부엌에 놓이는 따뜻한 밥상.
이 장면들 앞에서는 설명이 필요 없다.
행동이 곧 언어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말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실천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야기가 필요하다.
후원자에게 우리의 활동을 전하고, 사회에 문제를 알리고, 변화를 요청하는 일.
이야기는 실천을 확장시키는 다리다.
그러나 그 다리는 현장에 발을 딛고 있는 사람만이 세울 수 있다.
퇴근길,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지금 실천가인가, 아니면 이야기꾼인가?’
솔직히 말하면, 때로는 이야기꾼으로만 남은 적도 있었다.
보고서에만 몰두하거나, 멋진 말로 내 책임을 포장했던 순간들.
그러나 다짐한다.
“적어도 내 삶의 중심은 실천이어야 한다. 이야기는 그 뒤에 따라와야 한다.”
강연장에서 울려 퍼지는 말보다,
현장에서 들려오는 한숨과 웃음이 더 진실하다.
그리고 그 진실을 품어내는 것이야말로,
사회복지사가 짊어져야 할 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