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교육에서 신부님이 말씀하셨다.
“사람이 다른 사람과 진짜로 연결되는 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바로, 다른 이의 고통 앞에서 함께 아파할 수 있는 마음입니다.”
그 순간, 강의실은 고요해졌다.
그 말은 단순한 울림이 아니라, 내 가슴을 찌르는 칼끝 같았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암 투병 중인 어머니 곁에서 울음을 참던 아들,
홀로 병상에 누워 간호사만 기다리던 노인,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해 매일 화를 내던 청년.
그들의 고통 앞에서 나는 무엇을 했던가.
때로는 상담 기술을 떠올리며 말을 건넸고,
때로는 서류와 제도를 앞세워 지원 절차를 설명했다.
그러나 그 순간, 그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설명이 아니라 공감하는 마음이었다.
한 번은 알코올 의존으로 삶이 무너진 남성과 상담을 했다.
그는 흐느끼며 말했다.
“가족도 다 떠났어요. 아무도 제 옆에 없어요.”
나는 속으로 조언을 준비했다.
‘치료 프로그램, 자조 모임, 상담 연계….’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그 순간 그가 필요로 한 것은 계획표가 아니라, 눈물을 함께 흘려줄 마음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끝까지 들었다.
어색하게 손수건을 내밀었을 때,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습니다. 누가 이렇게 들어준 게 처음이에요.”
그 말이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제야 알았다. 함께 아파해 주는 마음이야말로 사회복지사의 본질이라는 것을.
그러나 현실은 자주 그 마음을 잊게 만든다.
업무의 무게, 성과의 압박, 숫자로 환산되는 결과.
“몇 명 지원 완료, 몇 건 처리.”
그 숫자 뒤에 숨은 눈물과 상처를 놓칠 때,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잃는다.
동료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우린 자꾸 강해지라고만 배워. 그런데 사실 필요한 건 함께 약해질 수 있는 거 아닐까?”
나는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강해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약함을 함께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더 소중했다.
퇴근길, 버스 창밖으로 어두운 거리가 흘러갔다.
나는 오늘 하루를 되짚으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과연 누군가의 고통 앞에서 함께 아파할 수 있었는가?’
대답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질문을 잊는 순간 내 일은 껍데기뿐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다짐한다.
앞으로 만나는 모든 이 앞에서 먼저 설명하지 않고, 먼저 공감하자고.
그들의 눈물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들의 아픔 앞에서 멈춰 서겠다고.
그것이 내가 사회복지사로서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마음임을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