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충분하다

by 단호박

한동안 나는 늘 스스로를 재단하며 살았다.


“나는 과연 좋은 사회복지사일까?
나는 팀원들에게 인정받고 있을까?
나는 언젠가 더 책임있는 자리로 갈 수 있을까?”


매일같이 스스로에게 꼬리표를 붙이고, 그 무게를 견디려 애썼다.
성과, 직급, 평가…. 그것들이 내 존재를 증명해 줄 거라 믿었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 꼬리표들은 오히려 나를 더 옥죄고 있었다.


신입 시절, 선배가 말했다.
“넌 아직 멀었어. 더 배우고 더 성장해야 해.”


격려였지만, 내게는 끝없는 숙제처럼 남았다.
언제쯤 ‘충분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나는 늘 그 시점을 향해 달렸지만, 도착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장애인 청년과 함께 산책을 나갔다.
그는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그냥 이렇게 걷는 게 좋아요. 잘하지 않아도, 그냥 좋잖아요.”


그 말이 내 가슴을 울렸다.
‘무언가 되어야만 의미 있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들과 함께했던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림을 마친 한 아이가 말했다.


“이상하게 그려졌는데, 그래도 내 그림이에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당당함,
그게 삶을 지탱하는 힘이었다.


나 자신에게도 그 말을 들려주고 싶었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보고서 마감, 평가 점수, 승진 심사….
모든 순간이 끊임없이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다가왔다.


그 속에서 나는 자주 지쳐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깨달았다.


성과와 평가가 내 삶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늘 누군가와 함께 웃고,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퇴근길, 버스 창가에 기대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하늘에 별 하나가 떠 있었다.


별은 스스로 빛나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빛났다.


‘그래, 나도 저 별처럼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다짐했다.
무언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미 나는 충분하다고.


오늘도 메모장에 한 줄을 남겼다.
“나는 무언가 되지 않아도, 이미 충분하다.”


그 문장이 내 삶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기둥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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