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드러내는 용기

by 단호박

팀장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나는 매일같이 스스로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야 좋은 팀장이 될 수 있을까?
회의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할까, 아니면 조용히 뒷받침하는 게 맞을까?’


진심을 다해 동료들을 대하려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내 마음을 숨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한 번은 신입 직원이 보고서를 늦게 냈다.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괜찮아. 누구나 처음엔 실수할 수 있어.”


그러나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달랐다.
“앞으로는 마감일 꼭 지켜야 해요.”


딱딱한 목소리, 굳은 표정.
신입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눈빛 속에 서운함이 스쳤다.


왜 따뜻한 말을 하지 못했을까.
돌아보니 두려움 때문이었다.
‘팀장이 너무 느슨하다’는 평가를 받을까 봐, ‘원칙을 세우지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결국 나는 내 진심을 숨긴 채, 단단한 가면을 쓰고 있었다.


동료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야근으로 지친 팀원에게 속으로는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는 “조금만 더 힘내자”라는 말만 내뱉었다.


그 말은 격려였지만, 동시에 진심을 가린 방패였다.


어느 날, 오래 함께한 선배가 내게 조용히 말했다.
“네가 힘들어하는 거 다 보여. 근데 왜 그렇게 안 힘든 척하니?”


그 말에 가슴이 뜨끔했다.
나는 책임감 때문에 내 불안과 두려움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마음’**을 잃고 있었다.


진심을 숨기면 팀은 잠시 단단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오래 가지 않는다.
사람들은 결국 가면 너머의 마음을 느낀다.
따뜻함을 숨기면 차가움으로, 두려움을 숨기면 거리감으로 전해진다.


얼마 전, 나는 작은 용기를 냈다.
회의가 끝난 뒤, 야근을 하던 팀원에게 다가가 말했다.


“고마워요. 사실 나도 요즘 많이 힘들어요. 근데 덕분에 버티고 있어요.”


그 순간, 팀원의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과장님도 힘드셨구나. 저도 더 잘해볼게요.”


짧은 대화였지만, 마음이 연결되는 걸 느꼈다.


퇴근길,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팀장은 왜 진심을 숨기게 될까?’


그 답은 단순했다. 두려움 때문이다.
평가받을까 두렵고, 무너질까 두렵고, 인정받지 못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심을 드러내는 순간, 오히려 팀은 더 단단해진다.
사람은 진심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강해진다.


나는 다짐했다.
앞으로는 가면보다 마음을 먼저 꺼내자고.
완벽한 모습이 아니라, 진짜 나의 모습을 보여주자고.


그것이야말로 팀을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라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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