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가 끝난 뒤, 내 이름이 거론되는 순간이 있었다.
“이번 일, 박과장이 제대로 못 챙겼잖아.”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소리는 마치 회의실 천장을 울리듯 크게 들렸다.
사실 그 일이 전적으로 내 책임은 아니었다. 여러 부서가 얽혀 있었고, 변수가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문제가 드러난 이상, 누군가 책임을 져야 했고, 그 대상은 나였다.
복도로 나오자 동료가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다들 알아요.”
위로여야 했지만, 오히려 공허했다.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질문만 맴돌았다.
‘나는 그렇게 부족한 사람인가?’
퇴근길 버스 창밖을 보며 스스로를 깎아내렸다.
‘나는 원래 능력이 없는 건 아닐까? 과연 이 자리에 있어도 될까?’
그날 밤, 집에 도착하자 아들이 달려와 안겼다.
“아빠, 오늘 힘들었어?”
내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이자, 아들은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아빠는 최고야.”
그 순간 눈가가 뜨거워졌다. 회사에서의 나는 부족하게 느껴졌지만, 가족 앞에서 나는 여전히 소중한 존재였다.
며칠 뒤, 선배와 마주 앉아 차를 마셨다.
나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저는 자꾸 제 자신이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선배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어. 부족함을 안다는 게 오히려 강점이지.”
그 말이 천천히 마음을 파고들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어르신의 말도 떠올랐다.
“나는 늘 부족했지. 그래도 누군가 곁에 있어 줬어. 그게 나를 버티게 했어.”
그 말은 마치 내게 건네는 조언 같았다.
부족함은 죄가 아니었다.
부족함 속에서 서로 기대며 살아가는 것이 삶이었다.
그 후로 나는 스스로에게 조금 관대해지려 노력했다.
실수하면 배움으로 삼고, 느리더라도 과정을 소중히 여기려 했다.
무엇보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믿음을 잊지 않으려 했다.
퇴근길, 다시 창밖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나는 부족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가치한 건 아니다.
부족하기에 배우고, 부족하기에 함께할 수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부족함을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마음은 조금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그 자유가 다시 내 일을 이어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