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회에서는 흔히 “일잘러”라는 말을 쓴다.
속도가 빠르고, 멀티태스킹에 능하며, 보고서도 뚝딱 해내는 사람을 그렇게 부른다.
사무실에서도 가끔 들려온다.
“저 친구 진짜 일잘러야.”
“맞아, 손이 빨라.”
그 대화를 들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정말 그것만으로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느 날, 팀의 막내가 업무를 맡았다.
보고서는 깔끔했고, 속도도 빨랐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문제가 생겼다.
어르신 일정과 프로그램이 어긋나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결국 나는 직접 현장에 가서 상황을 수습해야 했다.
서류는 완벽했지만, 사람은 빠져 있었다.
그와 반대로 보고는 느려도 늘 현장을 꼼꼼히 챙기는 동료가 있었다.
그는 사전에 어르신 의견을 듣고, 예상되는 문제를 조율해 두었다.
때로는 진행이 늦다는 불만을 듣기도 했지만, 프로그램이 끝나면 모두가 만족했다.
그 모습을 보며 확신했다.
진짜 ‘일 잘하는 사람’은 혼자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잘하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을.
며칠 전 회의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 동료가 “이번 안건은 제가 다 처리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매끄러웠지만, 과정에서 팀원들과의 논의가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실행 단계에서 여러 부서가 혼란을 겪었다.
나는 팀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일은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합니다.
누가 주도했는지가 아니라, 누가 함께했는지가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팀장 자리에 앉아 보니 더 분명해졌다.
속도와 능력은 눈에 잘 보이지만, 태도와 협업은 시간이 지나야 드러난다.
그리고 결국 조직을 지탱하는 힘은 태도와 협업에서 나온다.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의 말이 떠오른다.
“누가 나를 빨리 도와주는 것보다, 끝까지 내 옆에 있어주는 게 고맙네.”
업무도 마찬가지였다.
빨리 처리하는 것보다, 끝까지 책임지고 함께 가는 것이 진짜 능력이었다.
그래서 요즘 후배들에게 종종 말한다.
“보고서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에 먼저 귀 기울여라.
성과를 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동료와 함께하는 법을 배워라.
그게 진짜 일 잘하는 길이다.”
퇴근길, 버스 창가에 앉아 생각했다.
속도가 느려도, 실수가 있어도,
함께하는 힘이 있다면 그 사람은 충분히 일 잘하는 사람이다.
일잘러는 순간을 빛내지만,
진짜 일 잘하는 사람은 시간을 견딘다.
나는 다짐한다.
내가 되고 싶은 건 ‘일잘러’가 아니라,
동료와 현장을 살리는 사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