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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휘 Sep 14. 2024

#12 사고의 차단

2024년 9월 14일 토요일 갑진년 계유월 신사일 음력 8월 12일


길을 거닐며, 혼자 가만히 생각에 빠져 있을 때가 많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듯 속으로 어떤 말들을 내뱉는다. 그러다가 나의 중얼거림에 나 자신이 반박하는 말을 덧붙이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 속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만 같다. 혼자서도 잘 논다고 해야 하나. 하여간 그러한 시간 속에서 가끔은 '너 방금 뭐라고 했냐?', '아니 잠깐 그게 무슨 소리야' 같은 말로 나 자신을 막아서곤 한다.


충분히 진행되기도 전에 이루어지는 사고의 차단. 의식적으로 그만 생각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막아서는 말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렇게 가로막히고 나면 그 이야기를 이어가기가 어렵다. 아무리 이어가려고 해도 이미 그것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없게 되어 버린 듯한 상태가 된다. 결국 그 주제 곁을 잠시 맴돌다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는 수밖에 없다.


난 뭐가 두려운 걸까. 무엇이 두려워 스스로를 막아서는 걸까. 밖으로 내뱉는 말이라면 사회적 통념 속에서 문제 되는 발언도 있을 수야 있겠지만, 어차피 속으로 하는 생각인데 이렇게 막아설 것까지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지만 그 어떤 답도 찾을 수 없다. 이유라도 알려주면 좋을 텐데. [경고: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 있음] 이라던가, [경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발언이 포함되어 있음] 같은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나의 무의식은 나에게 그 어떤 단서도 제공하지 않은 채 그저 막아설 뿐이기에, 나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다. 최근에는 그렇게 저지당하면 뭐가 문제냐면서 마저 이야기를 이어가려고 시도해 보곤 하는데, 아직까지는 유의미한 성과는 없다. 내가 무엇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든, 누굴 떠올리든, 가만히 놔두면 좋을 텐데 왜 막아서는지. 덕분에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따위의 모호한 대답을 자주 하는 녀석이 되어 버렸다.


중단된 사고를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까. 앞에서부터 다시 생각해 보기? 하지만 그렇게 해보아도 멈추었던 그 지점보다 더 나아가지 못한다. 애초에 사고가 차단될 때 레지스터가 싹 초기화되는 느낌으로 내가 지금까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마저 명확히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덮어놓고 막기만 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다는 건 나의 무의식도 알고 있을 텐데 왜 스스로에게 이러한 선택을 하는 것인지.


어차피 금방 휘발되는 기억이고, 주로 시간을 때우는 가벼운 잡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니 그냥 받아들이고 다른 주제로 넘어가 버려도 문제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그런 상황에서 나의 무의식 너머의 어딘가까지 도달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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