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주 차, BI 디자인, 포트폴리오 사이트 배포, 그리고 수료.
포트폴리오 웹 사이트를 만들고 시간 여유가 되는 사람들은 Figma로 추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마지막 주는 투 트랙으로 진행되었다. 기존에 밀린 게 많은 사람들은 하던 걸 마저 하고, 어느 정도 여유가 되는 사람들은 새 작업을 조금 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이번 주에는 광고 배너를 하나 만들고, 영상 썸네일을 하나 만들었으며, 상세 페이지를 하나 새로 만들었다. 나는 광고 배너는 같이 만들었는데 영상 썸네일은 떠오르는 게 없어서 포트폴리오 책자 작업을 하다가 뒤늦게 시작했고, 상세 페이지는 마감 한 시간 전에 만들기 시작했다. 네 시까지 만들라고 하시고는 네 시 넘어서 오셨는데 어찌저찌 그전에는 완성되었다.
수료까지 일주일도 안 남았지만 새로 시작한 작업도 있다. BI(Brand Identity) 혹은 CI(Corporate Identity) 디자인으로, 브랜드나 기업의 로고를 만들고 제품 시안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있는 것을 리디자인해도 되고 가상의 것을 만들어도 된다고 하셨는데, 다들 리디자인은 비교당할 것 같다며 새로 만드는 것 같더라. 나 또한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나는 아주 오래전 마음에 품어 두었던 도서출판 다곰의 BI를 만들었다. “도서출판 다곰은 판다곰이 아닙니다”라는 농담에서 비롯되어 “도서출판 다곰은 쑥과 마늘을 지양합니다” 같은 소리를 하던 무언가였는데, 가상의 브랜드를 만든다고 하면 역시 이게 가장 먼저 떠오르더라. 대충 ‘사람 덜 된 것’ 취급을 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내는 독립출판물 전문 출판사라는 설정이다. 사회적 건강이 확보되지 않은 청년들을 위한 커뮤니티 사업도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이번에 작업하면서 문득 들었다. 어디까지나 설정일 뿐, 이번에 고립은둔청년 인식개선 홍보활동 안내 문자가 왔을 때도 느낀 건데 “그들이 나를 공격하는데 내가 왜 그들을 도와야 하나”와 “내가 받은 도움만큼 나 또한 도움이 되고 싶다” 사이의 딜레마가 있다.
지난번에 대선으로 인해 수업 시수가 하루 밀렸다고 했는데 수료식은 그대로 11일에 진행된다며, 대신 수목금 동안 연장 수업을 한다는 말을 수요일이 되어서야 말씀해 주셨다. 그걸 왜 이제야 말씀해 주시는 걸까 싶었지만 어차피 난 보통 남아서 한두 시간은 더 하다 가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저녁에 일정이 있는 사람들은 좀 깽깽했을 것 같다. 실제로 조퇴하는 사람도 몇 있는 것 같았다. 금요일은 원래 온라인 수업이었지만 이번 주는 수료식인 관계로 수업을 들으러 가야 했다. 오전에는 못다한 작업을 좀 하다가 포트폴리오 웹 사이트의 소스 파일을 압축하여 제출했다. 그리고 오후에 수료식을 한 후, 수업 시수가 모자란 사람을 제외하고는 조퇴하고 가도 좋다고 하셨다. 나는 어느 정도 친해진 분들과 함께 수료식 후 설빙에 갔다. 누군가가 자꾸 배너 광고나 영상 썸네일 같은 주제를 설빙으로 정해서 먹고 싶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수료는 했지만 하반기 개강 준비 시즌이 되기 전까지는 강의실을 자유롭게 이용해도 좋다고 하셨다. 야간반 수업은 계속 진행되지만 낮에는 비어 있으니 언제라도 와서 포트폴리오 작업을 마저 하라는 것이다. 2주 정도 교육원 자체를 안 여는 기간이 있는데 그때 빼고는 아무 때나 오면 된다나. 대신 점심식사는 제공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나는 오전에 왔다가 배고파지면 가지 않을까 싶다. 집으로 갈 수도 있고 센터로 갈 수도 있고. 솔직히 이제 와서는 거의 탈고립청년이라 센터에 가는 게 맞나 싶기도 하다. 고립은둔청년 시절의 나 또한 나의 일부임을 인정하되 거기에 갇혀 있지는 말자는 차원에서 요즘은 “탈고립청년” 키워드를 내세우고 있다. 투비컨티뉴드에서 연재할 때 쓰는 해시태그 중 하나이기도 하고. 하여간 포트폴리오 작업을 마쳐도 기능사 실기 시험 준비한다고 계속 기술교육원에 갈 것 같긴 하다. 다른 사람들도 할 게 아직 많이 남았는지 수료식 끝나고 다들 다음 주에 보자는 인사를 하며 헤어지더라.
포트폴리오 웹사이트는 닷홈이라는 무료 호스팅 업체를 통해 배포했는데, 나는 조만간 Sveltstrap으로 완전히 마이그레이션 하여 재배포할까 싶다. 수업시간에 배포한 도메인은 임시로 사용하고 그대로 방치해야지. 아니면 경우에 따라서는 코드만 갈아치우고 도메인은 유지할 수도 있고 말이다. 일단 그 부분은 당장 중요한 건 아니니까 포트폴리오 작업을 마저 하며 생각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