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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지개센터 청년플랜브릿지 3기 개인밀착 1차시

by 단휘

개인밀착 프로그램은 평일 낮에만 진행된다고 하여 그룹밀착 프로그램까지만 하고 중단하게 되려나 싶었다. 추가 선정 되었을 때 그렇게 들었으니 말이다. 다행히도 총 사흘 지급되는 서울시 미래청년일자리 2차 사업 참가자의 연차를 쪼개어 여섯 번의 반차로 개인밀착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사적인 연차를 쓸 수 없게 되었다는 건 여담) 개인밀착 프로그램은 7회기짜리인데, 매니저 님께서 저녁 이후에 면담을 잡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하루 정도는 저녁에 시간을 내주실 수 있다고 하셨다. 일자리 사업 참여 기업 측에는 ‘상담이 있어서’ 정도로 이야기해 놨는데, 상담을 그렇게 길게 하냐고 하시더라. 마음건강 지원사업 같은 것도 6회기 이상 길게 하는데 이 분들은 그런 거랑 접점이 없을 정도로 괜찮은 삶을 살아왔나 보다.


센터에 도착하여 청년인생설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러 왔다가 쉬는 시간에 잠시 나오신 분과 짧은 인사를 하고, 일경험 크루 분과도 근황을 나눈 후 상담실로 올라갔다. 2층 상담실을 이용해 보긴 처음이었다. 매니저 님은 뭐라고 썼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 한두 달 전의 지원서를 가지고 오셨다. 모종의 이유로 나는 선정 전 초기 면담을 진행한 매니저 님과 개인밀착을 진행하는 매니저 님이 달랐는데, 초기 면담에 대한 것도 전달받으셨다고 하시더라. 지원서와 초기 면담을 언급하며 “고립 탈출보다는 취업이나 창업에 대해 좀 더 도움을 받고 싶어서 지원하셨더라고요”라고 하셨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우선, 2022년 사단법인 씨즈의 말랑말랑모임터를 시작으로 민간 지원사업의 도움도 받아왔고, 2023년 청년이음센터부터 현재의 청년 기지개센터까지 서울시 지원사업의 도움도 받아왔기에 고립 해소 측면에서 이미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아직 완전히 탈고립에 성공했다고 보긴 어렵고 여전히 불안과 공포가 앞서지만, 조금씩 대처하는 법을 배웠고 이제는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이들도 몇 명 생겼다. 그렇기에 언제까지나 제자리에 머무를 수 없으니 한 걸음 더 나아가자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두 번째로, 청년플랜브릿지 3기는 1,2기와는 달리 취창업 의지가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모집한다고 하기에 선정되고 싶어서 실제보다 취창업에 대한 니즈가 더 큰 것처럼 포장한 게 크다. 사실 아직도 취창업보다는 고립 해소에 대한 니즈가 더 크지만 말이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매니저 님도 나의 그런 니즈를 파악하신 모양이다.




내가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간관계 전반에 대해서, 그리고 일자리 사업 업무 환경에 대해서. 사람들과 있을 때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듯한 느낌은 학창 시절부터 자주 느낀 것이긴 하다. 어느 정도 친분이 생긴 기지개 청년들이나 친구들하고 있을 때나 그런 감각에서 자유로운 것 같다. 일머리가 없는 것 같은 느낌은 아마 무경력 비전공자가 5개월 교육 들은 걸로 인턴 생활을 하려고 하다 보니 생긴 어려움이 크겠지. 미래청년일자리 AI온라인콘텐츠 분야 서류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AI역량검사에서 121명 중 121등 한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근데 121등인 거 보고 “난 원래 부족한 녀석이고 조금씩 성장하겠지” 하는 마인드로 좀 마음이 편해진 것 같기도 하고ㅋㅋ) 낯선 환경, 낯선 업무에서 오는 긴장감이 클 뿐, 익숙해지면 여러 모로 나아지리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밀려오는 긴장과 두려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알고는 있었지만 준비되지 않은 말을 하는 것을 꽤나 어려워하더라. 이해했냐고 물어보면 내가 이해했는지조차 잘 모르겠다. 일단 당장 떠오르는 모르는 것이 없어 알겠다고 하고 자리에 돌아온다. 자리에 앉으면 내가 뭘 해야 하지 싶다. 내가 해야 할 것을 노션에 적어내리다 보면 빈 틈이 많이 보인다. 이것과 관련해서 나에게 정확히 뭘 시키신 거지? 어떻게 질문드려야 하지? 일단 이해한 것부터 처리한다. 때로는 ‘그것보다 이게 급한데’ 하고 우선순위 정정을 받기도 한다. 학생 때 이해하지도 못했으면서 이해했다고 주장하고 삽질하는 멘티들을 납득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었다.


일과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내 생각이나 감정, 느낀 점 같은 것도 난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어땠지? 어땠더라? 나의 무의식은 침묵하고 나는 어땠는지 말하지 못한다. 여러 생각 속에서 적당한 표현을 찾지 못하는 것보다 백지에 가깝다. 그래서 난 후기 같은 것도 현장에서 바로 나누는 것보다 나중에 글로 정리하는 것을 선호한다. 유의미한 시간으로 남지 못하고 기억 저편으로 흩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던 것 같다.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프로그램 참여 후기도 그렇고, 지금 써 내려가는 이런 글도 그렇고.




난 처음에 청년플랜브릿지 3기에 선정되지 못했었다. 3기 활동 시작 전 날 기지개마스터에 참여하는 친구와 함께 센터에 왔다가, 프로그램 참여하러 왔냐는 매니저 님 말씀에 “저는 애초에 청플지에 선정되지 못해서 청플지 수료자들만 참여 가능한 기지개마스터는 참여 자격이 안 돼요” 하며 투덜거렸던 게 나의 지원 서류를 다시 검토하는 계기가 되었다. 마침 면담에서 불참하게 되신 분이 있어 빈자리도 있었는데 한창 바쁜 시기라 추가 모집을 하지 못해 그 자리가 채워지지 않고 있었다나. 나의 지원 서류를 검토해 보시더니, 서류상으로는 충분히 참여할 수 있었는데 일자리 사업에 선정될 경우 개인밀착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어려울 듯하여 선정 보류했던 거라고 하셨다. 그때의 이야기를 하시며 나에게 고립 해소 및 회복에 대한 간절함이 큰 것 같다고 하셨다. 그룹밀착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도 모든 상황에 진지하게 임하는 것 같았다고.


내가 가진 강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료의 정보화, 상대에게 맞는 설명, 기록 남기기, 요점 파악 등등. 그리고 무슨 이야기였더라. 역시 말로 오간 대화는 두루뭉술한 무언가로 남을 뿐이다. 언어로 된 무언가도 비언어적인 무언가로 흩어지고, 애초에 언어화되지 않았던 나의 무의식 역시 구체적인 어휘와 표현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오늘 이 시간이 어땠는가”조차 무의식의 영역에 흩어져 있다. 감정카드 고르듯이 선택지가 있었으면 조금이나마 비슷한 느낌을 뽑을 수 있었을까. ‘긍정’, ‘의미 있음’, ‘도움 됨’, 이런 카드들. 이런 말들로는 표현이 안 되는 느낌인데. 그냥 진부한 형식적인 말 같아서 마음에 안 든다. 20대 초반까지 책 읽기를 거부했던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 같다. 내면에서는 보다 엄밀하고 적합한 표현을 원하지만 나의 어휘력과 표현력으로는 도달하지 못한다. 자기성장계획서를 다시 작성해 보기로 했는데, 이런 쪽으로 연습할 수 있는 것도 목표 하나 적어보면 좋을 것 같다. 감정 일기랑 함께 하면 적당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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