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1일 월요일 갑진년 을해월 기묘일 음력 10월 11일
올해 초, 서울둘레길이 8개 코스로 이루어진, 코스 당 최대 17시간짜리 엄청난 구성에서 최대 5시간짜리 21개 코스로 리뉴얼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리뉴얼된 이후에 한 번 돌아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평균 서너 시간, 최대 5시간 정도면 그럭저럭 갈 만하지 않을까 하며. 리뉴얼 전의 소요시간으로는 해볼 엄두도 안 났지만 말이다. 하여간 서울둘레길 스탬프북은 나의 수집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리뉴얼 후의 소요시간은 그럭저럭 괜찮아 보였다.
처음 생각했을 때는 적당히 리뉴얼된 후, 봄부터 가을까지 21+주 동안 매주 한 코스씩 돌아보면 어떨까 싶었다. 토요일이든 일요일이든 적당한 주말 아침에 나가면 좋지 않을까. 21주가 아니라 21+주인 이유는, 여러 가지 상황으로 패스해야 하는 주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공연을 하는 날 아침에 서너 시간을 걷다 오는 것은 썩 좋은 선택지는 아니기에 그 주에는 하지 않고 넘길 것이다.
4월 말인가 5월 초인가 서울시 뉴스레터를 통해 리뉴얼 소식을 전해 들었던 것 같은데, 왠지 바로 실천하지는 못했다. 언젠가의 미래로 미루다가 그런 거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정신 상태로 살아가기도 하고, 완전히 잊고 지내기도 하다가 문득, 센터에서 친구에게 장난을 치다 가방에 있는 서울둘레길 스탬프판을 마주했다. 그러고 보니 이런 것도 있었지, 하며 서울둘레길의 존재를 새삼 다시 인지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손목닥터9988의 챌린지 탭에 늘 존재하던 이름이지만, 그런 데서 접하는 것과 이런 데서 접하는 건 느낌이 다르다.
하여간 괜히 친구 녀석에게 자극을 받아 연말에라도 서울둘레길을 돌아보려 한다. 걷는 김에 손목닥터9988 포인트도 500씩 받으려면 올해가 가기 전에 다 돌아봐야지. 어느 정도 주기로 갈지는 내가 12월 말까지 서울에 있을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텐데 일단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태다. 뭐, 포인트 모으는 건 겸사겸사 부차적인 영역이니 꼭 21개 코스 전부 포인트를 받지 않아도 되는 거긴 하다. 올해 안에 돌 수 있는 만큼만 포인트를 받고 나머지는 내년으로 미뤄도 안될 건 없지. 그리고 아마 챌린지 기간은 12월 31일까지지만 서울둘레길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기 위해서는 내년에는 내년의 챌린지로 올해 포인트 받은 사람도 새롭게 참여할 수 있게 다시 열리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지난 주말, 서울둘레길을 돌기 시작했다. 중구난방으로 돌기보다는 한쪽에서부터 차례대로 돌고 싶은데, 하다가 21코스부터 1코스까지 역행하기로 했다. 서울의 중앙에서 살짝 동쪽으로 치우친 곳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 먼 곳부터 돌고 싶기도 했고(하루에 두세 개씩 돌지 않는 이상 기후동행카드 사용기한이 중간에 끊기는데 다음 달부터는 기후동행카드를 쓸 정도의 교통비가 안 나올 것 같아서 말이다.) 1코스 2코스 연속으로 상급 코스인 것을 보고 괜히 겁먹은 것도 있었다. 그리고 코스의 방향은 크게 상관없다기에 역행하는 김에 코스 자체도 역주행해보기로 했다. 서울을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것이다.
21개 코스 중 2개를 완주하고 28개 스탬프 중 3개를 찍었다. 종이 스탬프북은 나름의 감성이 있고, 올댓스탬프 어플은 인증 일시가 나온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것 같아 두 가지 스탬프 방식을 병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걷는 김에 피크민을 모아볼까 하고 토요일에 요즘 유행하는 게임을 설치했는데, 나의 갤럭시A32의 배터리와 데이터가 남아돌지 않음이 살짝 아쉬웠다. 서울 외곽으로 가는 김에 그 언저리에 사는, 중심부나 서울 반대편까지 이동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청년 분들을 만나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아직은 뚜렷하게 떠오르는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