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계획
2024년 11월 29일 금요일 갑진년 을해월 정유일 음력 10월 29일
계획이란 늘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특히 다른 이해관계자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삶이 일상이고, 그 무엇 하나 예측할 수 없다. 나의 오늘이 어떻게 흘러갈지조차 알 수 없는 영역이다.
계획에 없던 일들이 생기고, 계획에 있던 일들은 사라지거나 변동되고. 그런 상황에 익숙해질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가도 그건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다. 충분히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해 놓을 정도의 계획적인 녀석도 못 되고, 완전히 흐름에 몸을 맡길 정도의 즉흥적인 녀석도 못 되니, 애매한 상태에서 어설픈 계획을 붙잡고 또 놓치고 사는 것이다.
가방에 노트북을 챙겨도 그것은 꺼내지지도 못한 채 그저 모래주머니처럼 나로 하여금 증량 유산소를 하게 만들 뿐이기도 하고,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아침 루틴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했는지. 모든 게 온전히 붙잡지 못하고 잠깐 사이에 흩어져 사라질 것들뿐이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들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 어쩌면 그저 외면하는 법을 배운 것일 수도 있겠다. 당장 눈앞의 것도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이다 보면 견디지 못하고 나가떨어지거나, 그런 상황에 순응하게 되는 것 같다. 전자의 경우도 많이 봤다.
때로는 계획 변동의 대가가 크다. 타의적인 계획 변동의 대가를 치를 때면 이게 맞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더 이상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상황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나의 기억 이슈로 계획이 틀어지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를 탓하며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지는 않으려고 해 보지만 쉽지 않다.
완전히 흐트러진 상황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어 버리기도 한다. 현 상황에서의 최선을 찾아 나아가야 하는데 아무런 판단도 되지 않는다. 그저 혼돈 속에서 그 어떤 답도 찾지 못한다. 그저 그렇게 방황할 뿐이다. 쉽지 않다. 어렵다.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