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to fly

Part 2 사랑을 하다가 89p

by 잡다니


뭐라도 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차가운 아침

아무일 없던 듯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은 아침


구원과 몰입, 시간과 망각 따위의 단어를 떠올리며 헛된 기대는 버리고 새로운 기대를 하려 애써본다. 마음이 너덜너덜해진다는 어느 영화의 대사가 오늘에야 와닿는다. 잔인한 세상도 사람도 마음도 모두 뒤로하고 빨리 걸음을 옮겨야 할텐데.. 오늘은 아침이 너무 빨리 왔다.


이것 또한 지나갈 것이고 때가 되면 잦아든다는 것을 알지만 또 다시 연연하게 될까 두렵고, 꿈마저 잔인해서 밤이 오는 것도 잠이 드는 것도 무섭다. 참으로 길고긴 여정이었다. 하고 마침표 찍기엔 아직도 견딜 일들이 많이 남아서 바람따라 도망이나 가고 싶다.


언젠가는 내 생애 가장 솔직하고 또 솔직하지 못했던 숱한 날들도 기억 속에 잠길테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보내야 할 것들과 버려야 할 것들을 하루아침에 정리해야 하는 나의 남겨진 하루들이 안쓰럽다.


뭐라도 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차가운 아침

아무일 없던 듯 창문을 열고 책상에 앉은 아침


이제 일어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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