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by 다은

내가 어릴 적에는 엄마가 샤워를 하고 속옷을 착용하지 않고 나오는 경우가 자주 있었는데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쯤 되던 어느 날, 엄마의 가슴 모양이 유독 눈에 띄었다. 절대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그날은 나도 모르게 엄마의 가슴을 보다가 “엄마 가슴 할머니 같애”라고 말했다. 엄마는 내 말을 듣고 이게 다 너희 낳고 먹이느라 그런 거라고 하더니 평소처럼 방으로 들어가 옷을 입고 나왔다. 그리고 그 이후로 엄마와 나는 이 일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없었다.


별 것 아닌 에피소드 같지만 이 기억이 왜 이토록 오래 내 마음에 남아 있는 걸까. 그날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대답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내가 엄마에게 상처를 줬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이리라.


지후를 낳고 일 년 가까이 모유수유를 하고 나니 내가 얼마나 큰 실수를 한 것인지 더욱 뼈저리게 느낀다. 10개월간의 임신 기간 동안 일어나는 몸의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웠고, 만삭 때 배에 튼 살이 생긴 것이 예전처럼 돌아가지 않아서 거울을 볼 때마다 우울해지기도 했지만, 신체부분 중 나를 가장 우울하게 만든 것은 가슴이었다. 모유수유를 끝내고 단유 마사지까지 끝낸 내 가슴은 정말로 ‘바람 빠진 풍선’ 같았다. 평소 몸매를 포함한 외적인 부분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 편이었음에도 가슴의 변화는 내게 큰 충격이었다. 내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예전보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매일 샤워하며 거울을 볼 때마다 느꼈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내 마음과 몸을 다 바쳐 낳고 기른 아이가 내 가슴을 할머니 가슴 같다고 말한다면 나는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넘긴다 해도 속마음은 그렇지 못할 것 같다. 아마 그 때 엄마도 내 마음과 같았겠지. 내 몸이 타인에게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 우울하기도 하고, 엄마로서의 희생이나 노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자식에게 배신감도 들었을 것이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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