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된 오늘'이 미래다
동남아 작은 마을에 가면 '이야.. 여긴 어릴 적 살던 동네 같은데?'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나이가 들어 우연히 방문한 장소에서 과거의 모습을 본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 내가 본 것은 과거일까 현재 일까? 만약 한 달 후의 그 마을의 모습을 지금 당장 볼 수 있다면 그건 미래를 보는 것일까? 여전히 옛 동네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이나 서유럽, 일본 같은 선진국에 가면 미래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90년대에 호주에서 6개월 정도 머물렀던 적이 있었는데, 나는 거기서 미래를 봤다. 당시만 해도 한국엔 재래시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지만 호주엔 이미 그런 재래시장은 해산물 시장인 피시 마켓 정도가 전부였다. 전부 지금의 이마트나 롯데마트 같은 현대식 마트였다. 차가 다니는 도로에는 큰 솔이 달린 차가 청소를 하고 있었고, 인도에는 청소부가 코끼리 코 같은 호수가 달린 카트를 타고 휴지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확실히 당시엔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미래였다.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한국은 선진국이 되었고, 이제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문화적 차이가 있을 뿐 놀라운 미래의 모습이라고 할만한 것들을 찾기 어렵다. 자부심을 가질만한 일이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그동안 우리는 쉽게 다른 나라에 가서 미래를 볼 수 있었고, 그 들이 한 실수를 피해 갈 수 있었다. 특히 이웃나라 일본의 미래를 아주 면밀히 관찰하고 우리의 내일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지금의 일본은 예전처럼 배울게 많지 않아 보인다. 기세 좋던 가전 산업은 한국과 중국에게 밀린 지 오래고 그나마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자동차산업마저도 전기차로의 전환시대를 맞으면서 위기에 처했다. 그뿐인가? 국가 행정의 디지털화가 늦어 아직도 팩스와 도장 찍기로 업무를 처리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계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미국이나 유럽도 최근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국가 지도력에 의구심이 들게 했고, '휴지 사재기'같은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제 믿고 따라갈 미래의 모습은 지구 어디서도 찾기 어렵다. 우리가 누군가의 미래가 된 것이다. 지금부터는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다.
'미래'는 '개선된 오늘'이다. 바꾸어 말하면 오늘과 다르지 않은 내일을 산다는 건 그냥 오늘을 한번 더 사는 것일 뿐이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상황이 나아지길 기대하는 건 복권도 안사고 당첨되길 기다리는 것과 같다. 과거에 우리는 대부분 경제적 풍요를 목표로 삼았고, 다행히도 지난 70년간 나라가 끊임없이 성장해온 탓에 세월이 흐르면 당연히 삶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어느 정도 더 그럴 수도 있지만 예전처럼은 아닐 것이다. 절대적 빈곤이 사라진 지금 우리는 그 이상의 것들을 추구한다. 앞으로도 계속 물질적 풍요만을 쫒는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만족할만한 미래를 갖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그때가 좋았는데' 하며 과거로 돌아가기를 원할 수도 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에서 절약하며 내 집 마련을 위해 노력하는... 이런 비슷한 패턴의 노력은 또 비슷한 결과를 낳는다. 어제 했던 행동으로는 내일을 만들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불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단순히 자산이 늘어난 것은 '개선'이 아니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삶은 십인십색이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그림을 그려보고 그 그림과 조금씩 닮아가는 것이 진정한 '개선'이다. 일단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처음부터 방향을 잘못 잡으면 오랫동안 기울인 노력이 당신을 과거로 이끌 수 있다.
당신의 오늘은 어제의 연장인가 미래인가? 생각해 볼일이다. 내일이 오늘의 연장이 아닌 진짜 내일이 되게 하려면 뭔가 '개선'을 해야 한다. 열심히. 그것도 잘.
미래는 그냥 그렇게 저절로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