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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May 23. 2018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

“어이, 안티프리즈” 

우면동에 있는 방송국에서 일할 때, 나를 이렇게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매서운 눈매와 툭툭 던지는 말들이 가끔은 날을 세운 듯해 움찔하게 만들었던 사람.

나는 그 사람이 나를 그렇게 부를 때마다,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그 사람도, 떨떠름히 웃고 나를 지나쳤다. 

일주일, 3일 출근. 한 번씩 마주칠 때마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그 사람은, 나를 그렇게 불렀다.


검정치마의 노래 ‘antifreeze’를 좋아한다. 

자소서 맨 밑, 나를 표현하는 문장을 적을 때, 안티프리즈의 가사를 적었다.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거야-’ 

절망의 순간에도, 춤을 추듯, 불행에 무너지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 삶에 따라붙는 우울에도 조금은 무뎌지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했으니까. 


최근 난 ‘모모’로 불린다. 

미하엘샌드의 ‘모모’ 속 주인공의 무던하고 고요한 모습을 닮고 싶었다. 

필명을 모모로 지은 것에는 그런 바램도 깃들어 있었다. 

언제나 기복이 심하고, 그 기복을 남에게 비추길 머뭇거리는 난, 

타인에게 나의 정체가 탄로나는 걸, 늘 못 견뎌했으니까.


“온갖 불행 너가 다 안고 있는 거 같아” 

친구는 엉엉 거리며 우는 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이상하다. 난 이런 종류의 인간을 그렇게 혐오했는데. 

모모로 불리면서도, 모모가 될 수 없는 나.

어쩐지 스스로의 불행과 슬픔이 조금 우습게 여겨졌다.


내 삶은 비극인데, 타인이 보기엔 희극이라는 말. 

안다. 그 말이 시시하게 들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왜 그 말이 자꾸 나를 따라붙는지. 

지금 나를 총총 따라오는 모래성 같은 기분이 언젠가 무너져내리면, 

그럼 새로운 모래성을 또 쌓아올리게 될까? 

조금 더 견고하게, 누군가가 툭, 하고 쳐도 한번에 무너지지 않을만큼, 튼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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