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충한 날이었다. 비가 내렸다 말았다를 반복하고, 아파트 전역에는 구름이 스멀스멀 몰려와 창문 밖을 신선들의 놀이터로 바꿔놓았다.
나는 날씨의 영향을 심하게 받는다. 해가 뜨면 기분이 훨훨 날아가지만, 구름이 끼고 비가 오면 머리부터 욱씬 아파오고, 기분은 곤두박질친다. 그럴 땐 그냥 침대에 드러누워 움직이고 싶지 않다.
그날도 그랬다. 하필 공들여 쓴 소설을 완성하고 체력이 바닥나 있던 때였다. 엄마도, 아빠도 바닥을 기듯 무력하게 늘어진 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했다. “나를 보는 부모님을 위해 힘을 내야지”라는 마음은 있었지만, 정작 마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바다 가자!”
아빠의 외침.
바다. 거제도라면 어디를 가도 눈에 들어오는 바다.
아빠는 바다 때문에 거제도로 이사 온 사람이다.
낚시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낚시는 꼭 하고 싶고,
회를 좋아해선 바다를 갈망하고,
심지어 집에서 해수어까지 직접 키우는 바다 덕후.
그날도 아빠는 바람도 쐴 겸, 어항에 넣을 새우도 잡겠다며 나섰다.
엄마도 합세한 덕분에, 나는 끌려다시피 차에 몸을 실었다.
우리가 향한 곳은 작은 바다마을, 죽림.
갈매기가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다니고,
잔잔한 파도 위에는 윤슬이 반짝이고,
굴과 따개비, 날카로운 조개들이 바위에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었다.
그 모난 풍경 속에서 아빠의 눈은 더 반짝였다.
아빠는 본격적으로 새우 찾기에 돌입했다.
바위 틈, 바다 웅덩이, 이리저리 살피며 생명체를 뒤졌다.
하지만 아뿔싸. 지금은 만조.
바다가 길을 삼키고, 바위를 집어삼킨 시간이었다.
“저 너머에 새우가 있는데….”
아빠는 열심히 설명했지만,
넘실대는 바다가 길을 막고 있는데 누가 그곳에 들어가랴.
결국 아빠의 손에는 고둥 몇 마리만 들렸다.
새우는 그림자도 못 본 채, 오늘의 새우잡이는 실패.
나보다 더 기운 없어 보이는 건 오히려 아빠였다.
그리고 변명이 줄줄 흘러나왔다.
“원래는 새우 잘 잡히는데, 오늘은 만조라서 그래.”
“날이 안 좋아서 그래.”
“급하게 나와서 그래.”
……아빠, 그러니까 지금 제발 이 실패담은 글로 쓰지 말라는 거죠?
하지만 아빠.
이렇게 좋은 소재를 내가 놓칠 리가 있나요?
새우는 언젠가 날씨 좋은 날, 아빠의 손에 들어올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의 실패담은, 소소하게라도 누군가의 입꼬리를 올리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나는 지금, 새우가 아닌 고둥 이야기를,
무려 거제살이 한 챕터로 남겨놓는다.
아빠의 새우 실패는, 나의 글감 성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