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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 Aug 17. 2022

22. 아기가 성이 바뀌었다고요?

  법원 절차 후, 우리 등본으로 아이가 옮겨질 때 아이는 성이 먼저 바뀌고, 이후 개명 신청을 통해 이름을  바꾼다. 예를 들어, 만약 입양 전 아이의 친생모가 지어준 딸의 이름이 ‘송혜교’라면 법원 절차후, 먼저 남편의 성으로 성이 바뀐다. 남편의 성이 '김'이라면 ‘김혜교’로 먼저 이름이 바뀌는 것이다. 이후 부모가 개명 신청을 통해 최종적으로 ‘김태희’가 된다. 조금 복잡해보이지만, 상황상 그렇다.

  이때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병원이었다. 분명 아이의 차트 이름은 ‘송혜교’인데 안고 온 엄마가 계속 ‘태희야, 태희야’ 부르면 간호사가 얼마나 마음이 쓰이겠는가. 병원인데 혹시 아이가 바뀐건 아닌지, 해당 아이가 맞는 건지 확인하는 꼼꼼한 간호사들도 있다. 방문할 때마다 아이의 차트 이름이 바뀌니 설명하기가 참 난해하다. 안그래도 정신없이 굴러가는 아동 병원에서 이런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줄 간호사는 잘 없다.

  “네? 아이 성이 바뀌었다고요?”

  “네? 애긴데 개명을 했다고요?”

  간호사의 표정에 ‘왜?’라는 물음표가 그려지면서 순간 표정이 찡그려지기도 한다. 이해가 안되고 일단 뭔가 복잡하니까. 빨리빨리 뭐든 해내야 하는데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리니 당황한 것이다.

  이름이 짧은 시간에 계속 바뀌니 병원 뿐 아니라 동사무소나 어린이장난감도서관, 어린이집 등 여기저기 서류에서 이름으로 한참 혼란을 겪었다. 어린 아이의 개명은 흔치 않은데다가 성까지 바뀌니 다들 의아해하기 마련이고 입양을 밝히지 않고는 상황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처음부터 입양을 공개하기로 마음먹은 건 맞지만 초면의 사람들에게까지 말하게 될 줄은 몰라 처음엔 자주 당황했다. 이게 장점이라면 나중엔 사람들 앞에서도 입양을 말하는 데 거리낌없어지는데 한 몫을 한다. 하하하.

  만약 주변의 입양가족이 나에게 왜 이렇게 쉽게 입양을 밝히는지 의문이 든다면 이 글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입양을 밝히는 일은 입양 관련 서류를 떼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 입양 종료 후 이름이 바뀌는 과정을 설명하는 일로 이어져 계속된다. 어찌보면, 계속 해서 입양을 자연스럽게 말하는 연습을 하게 되는 셈이다. 어린이장난감도서관 직원에게도 입양을 공개하는데 당신에게 공개 못할 게 뭔가. 그렇게 된다. 하하하. 그들이 절대 입양을 가볍게 생각해서나 아이를 배려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입양을 해보면 내의지와 무관하게 의도치않게 입양을 밝힐 일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다보면 처음엔 말하기 어색하던 나도 점점 그러려니 하고 말하게 되고 돌덩이처럼 단단하던 마음이 치즈마냥 말랑말랑해지는 법이다.  


*입양을 처음 준비할 때에는 이런 세세한 것까지 알 리가 없다. 이름 문제로 불편함을 겪었다는 입양 부모들의 글이 카페에는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이 과정에서 입양을 밝혀야 하는 상황이 불쾌했다는 글들도 있다.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나는 이게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입양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이런 상황도 일어난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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