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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 Sep 03. 2022

40. 동생은 몰라도 언니는 힘들어, 딸.

연장아에 대한 고민

  "OO이는 아기가 집에 오면 어때?"

  "아기 좋아. 내가 우유도 줄 거야."

  "그래? 그런데 아기가 시끄럽게 울 수도 있는데? 아기가 뽀로로 장난감도 가지고 놀아도 돼?"

  "안돼."

  "크크. 그럼 아기는 우리 집에 못 오겠다."

  "음, 나는, 나는, 언니가 좋아."

  "아, 언니가 좋아?"

  보통의 가정이라면 이런 말을 들으면 웃고 넘기지만, 딸이 여러 번 언니가 좋다고 하니 나는 생각이 복잡해졌다. 출생으로는 동생밖에 안되지만, 입양이라면 언니도 가능하긴 하니까. 하지만 딸의 언니가 되려면 적어도 다섯 살 이상이어야 할 텐데 쉽지 않다.

  그 뒤, 남편과 카페에서 팥빙수를 먹으면서 지나치듯 말했다.

  "OO이가 계속 언니를 갖고 싶대, 동생 말고. 우습지?"

  "흐흐흐. 그래? 언니가 좋대?"

  "그러게 아기가 자기 귀찮게 할까 봐 싫나 봐, XX이(조카) 같은 언니가 좋나 봐."

  "연장아 입양도 있긴 하니까. 갓난 애 키우는 것처럼 안 키워도 되고. OO이도 언니가 생기면 좋지. 큰 애들은 입양 기회도 별로 없는데... 우리, 연장아도 생각해볼까?"

  남편의 제안에 내 얼굴이 굳는다. 연장아란 입양 아동 중 돌이 지난 큰 아이를 뜻한다. 대부분은 갓난아기를 선호하기 때문에 연장아 입양은 흔하지 않다. 연장아 입양은 적응 과정도 좀 더 어렵다고들 하고, 그래서인지 입양 부모들을 위한 연수 과정들도 많다고 했다. 연장아 입양은 갓난아기 입양에 비하면 고수의 느낌이 풍겼다.

  "자기, XX이(시조카) 데려다가 우리 집에서 평생 키우라면 키울 수 있겠어?"

  "난 이틀이면 딱 좋지."

  "그래, 쉽지 않아. 자기 조카도 그런데, 갑자기 대여섯 살 된 애를, 처음 보는 애를, 그게 쉬울 것 같아? 아직 정도 안 들었는데 그 애가 지금 OO이가 하는 짓들 한다고 생각해 봐. 당장 감수할 수 있겠어? 소파에 오줌 싸고, 책 위에 오줌 싸고, 밤에 안 자고 떼쓰고, 겨우 그네 태워 재우고, 아침엔 안 일어난다고 칭얼거리고, 밥 먹으래도 안 오고, 겨우 잡아와도 안 먹고 도망가고, 지 먹던 거 자기 입에 쑤셔 넣고 웃고. 그거 이쁘겠어?"

  준비해둔 것처럼 이 쏟아졌다. 방금까지 연장아도 괜찮다던 남편이 말이 없어졌다.

  "OO이가 우리 애라고 생각하고 사니까 이쁜 거지. 갓난 애기 때부터 키웠으니까. 갑자기 모르는 대여섯 살짜리가 런다면, 똑같이 예쁠까? 그런데 수시로 울면서 보육원 선생님이 보고 싶다고 하고, 친구가 보고 싶다고 하면 어쩔 거야. 또 OO이랑 잘 지내지도 못하고 싸우고 울고 그러면? 애가 까불면 까부는대로 주늑들어 쳐져있으면 그건 그거대로 힘들거야. 그건 자기야, 고수의 길이야.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 난 자신 없어."

  남편도 고개를 끄덕였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번 돌려본 모양이었다.

  "그래, 그건 좀 쉽지 않겠다. 우린 힘들어도 갓난아기로 하자. 근데,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게 진짜 입양 같네. 남의 애 데려다 키우는 느낌 말이야."

  "그렇겠지.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입양이 딱 이런 느낌이겠네. 그러니까 쉽지 않겠다 그러지. 그니까 갓난아기 입양은 입양도 아니라니까. 애기 때부터 내가 키웠는데 뭐."

  연장아 입양은 나도 아직 자신이 없다. 아무리 머리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봐도 할 수 있겠단 자신이 안 선다. 링 위에 올라설 자격이 없다. 다른 건 몰라도 입양이라면 자신 없으면 안 하는 게 맞다. 연장아 입양, 장애아동 입양을 한 입양 부모님들께 박수를 보낼 뿐이다.

  "딸아, 미안하지만, 언니는 힘들겠어. 동생은 엄마가 진지하게 고민해볼게."

  

* 입양을 해 아이를 키우고 있음에도 연장아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저는 그 길을 걷지 않을 예정이라 도움이 못 되어 죄송합니다. 연장아 입양을 고민하시는 분이라면 갓난아기입양과는 큰틀에서는 같으나 더 많은 사랑과 인내로 시작해야하는 일임을 아시고 준비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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