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한 응원ㅣ어른들은 몰라요? 어른 되도 몰라요
얼마 전부터 살 집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 살기도 하고
사기도 할 집을 알아보고 있지요.
사고나면 현관까지만 우리집이고,
나머진 은행 거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게 될테지만
집은 용기로 산다는 말이 있으니
두 식구 살만한 집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아직 젊은 신혼 부부라
자금 사정이 넉넉한 건 아니다보니
구축 아파트를 우선적으로 알아보게 되었고,
샤시부터 장판, 구조 변경 등 여기저기 손 델 곳이 많은 집들이 많았죠.
인테리어 수리는 필수인 집이 많았습니다.
이를 어쩐담.생각보다 비용이 만만치 않아보였습니다.
설계사를 알아보고 시공 업체 섭외까지 한다면
이만저만한 돈이 들어가는 게 아니었죠.
처음 생각했던 예산을 훌쩍 초과할 것이 뻔해보였습니다.
퀴즈쇼의 전화찬스처럼 머릿속을 스치는 지인이 있었습니다.
건축학과를 나와 멋드러진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아는 지인이 떠올라 연락했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혹시 집 수리에 필요한 여러가지 조건들을 물어봤죠.
한참 집 수리 관련된 정보를 물어보고 있을 때 즈음
지인이 집 관련 고민하는 저에게 말했습니다.
"집도 사고 어른이네, 어른이야"
어른? 아니요. 선생님 저는 아직 서른다섯짤(?) 밖에 안되었는 걸요.
집 사는 걸 알아보고 있다고 어른이라니요
어른이라, 저는 지인과의 문자를 마치고
어른의 정의가 뭘까를 골몰해봤습니다.
집을 사면 다 어른일까
결혼을 한다고 다 어른일까
취업을 한다고 다 어른일까
우린 사회가 우리에게 거쳐야 한다고 말하는
어떤 단계를 지나면 대게는 어른이라고 말합니다.
내가 진짜 어른이 되었냐고 느끼는지와는 별개죠.
그마저도, 요즘은 그 어른이라는 높이뛰기 장대같은 기준이
점점 더 높아져만 간다고 느껴지는 게 현실입니다.
제가 가진 장대는 그대로인데, 바는 점점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무기력해지기 마련이겠죠.
집, 결혼, 취업 이런 모든 것들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는
장대 없이 넘어야 하는 허들로만 느껴질 만큼이나 어려워졌습니다.
사실, 핵심적으로는
그런 기준이 어른의 기준이 정말 어른의 기준일까 싶습니다.
그런 사회적인 기준들은 저희에게
마치 성장이라 정의를 체격에만 집중하는 것만 같습니다
실제론 삶을 살아가는 체력이 중요할 텐데요.
체격을 기르는 것만을 성장의 기준으로 잡다보면
체력을 기르지 못하게 됩니다.
진짜 내가 느끼는 어른의 성장을 이루어내지 못하면서
어느 순간 높이 뛰기를 포기하고 장대를 저만치 던져버리게 만들죠.
요즘 삼십대들에게는 이런 상황이 남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생각해보세요.
제가 어릴 땐 서른이 넘으면 다 어른인 줄 알았습니다.
돌아보니, 어이쿠 웬걸요.
그 형님들도 그 누나들도, 하물며 고등학교때 그 선생님들도
아직도 어린애인데 책임질 게 많아진 겉만 커버린 어른이었습니다.
요즘 이런 SNS엔 이 심정을 잘 표현한 짤들이 돌아다닙니다
기성세대 중 누군가는 이런 삼십대들의 모습을 보며
철이 없다든가, 나 때는 이렇지 않았다고 꾸짖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전 이것이 누군갈 탓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삶이 길어지며 인생의 단계가 달라졌고,
장대를 뺐긴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들만의 방법으로 살아갈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꼭 어른이 되어야만 잘사는 인생일까요.
물론, 자신에 대해 책임지고
주체적인 삶을 꾸려간다는 의미의 어른이라면 환영할일이지만
아이 같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아이 같다는 건 아직 꿈이 많다는 것,
정해지지 않았은 것이 많다는 뜻이며
이룰 것도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이니까요.
어쩌면, 지금의 우리는 스스로의 장대를 가지고
어떤 걸 넘을지 고민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나이기도 합니다.
집 사고, 취업하고, 아이 낳는, 남들이 정해놓은 높이 말고요.
과거의 어른들이 쌓아놓은 높은 바 같은 성적표들을
그 문제들을 채점하듯이 풀어나가지 않길 바라는
우리들 바람이 투영되었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른이 되어도 여전히 우린 우리만의 높이를 찾아나서는 거죠.
그리고,
우리 어른이라는 말에 너무 많은 기대를 가지지도 맙시다.
이러면 세대가 탄로날 것 같긴한데,
어릴 적에 <어른들은 몰라요> 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 프로그램명은 잘못되었습니다.
어른들은 몰라요가 아니라
어른들도 몰라요가 아닐지요.
집 사는 것은커녕
결혼도, 학업도, 육아도, 보험가입도
이사도, 요리도, 이직도,
취업도, 학업도, 알바도
인간관계도, 진로도
서른이 넘어도, 어른이 되어도
우린 아직 모르는 게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모르는 게 많다는 건
발견할 게 많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서른 중반이 되어보니
김광석 님의 <서른 즈음에>는 이제는 아니라
'마흔 다섯 즈음에'로 미뤄두고 싶습니다.
(전국의 많은 영포티 여러분 죄송합니다. )
아이는,
꿈을 가져야 아이고,
어른은,
마음이 자라나야 어른입니다.
그런면에선
제가 집을 산다고 어른이 되진 않겠죠.
그 집에서 '잘 살아야' 진짜 어른이 될 겁니다.
일단 집을 잘 사고
그 집에서 잘 살 날을
생각해봅니다.
그땐, 진짜 어른이 되어 있겠죠?
-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