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파크] 4.

by 서커스

.4.

출근하기 전에 수영을 한다. 새벽수영은 고요하고 차분하다. 수영을 하고 나와 커피와 빵으로 아침을 먹고 출근하면 속이 든든하고 마음이 꽉 찬다. 주말엔 요가를 한다. 요가는 3년이 넘게 오래 해 온 취미다. 늘 하고 싶던 요가지도자 수업도 듣고 있다. 새 취미로 프리다이빙도 시작했다. 긴 오리발을 낀 채로 숨을 참고 20m 수심을 찍는다. 금요일 퇴근 뒤 서초동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경기도 용인에 있는 다이빙풀에 간다. 물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1~2분 정도 숨을 가다듬으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그런 뒤에 숨을 참고 물속으로 들어가면, 깊은 물의 소리를 들으며 명상 상태가 된다. 심장박동이 느려지고 생각도 느려진다. 휴가가 끝나는 걸 아쉬워하듯이, 물 밖으로 다시 나가는 게 섭섭하다. 원래 내가 여기에 있어야 할 사람이지 않나 하는 느낌이다. 한동안 이 깊은 물소리를 기자실에서도 듣는 듯한 기분이다.


잠시동안 나는 나를 성장시키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퇴근 후 취미생활을 즐기는 균형 잡힌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꽤 만족스러운 순간도 있지만, 균형감각은 이내 깨어진다. 출근시간 전에 수영을 하는 거지만 팀장은 이른 시간부터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다. 나는 그걸 수영하느라 늦게 확인한 뒤에 죄송하다는 말로 하루를 시작한다. 금요일 퇴근이 점차 늦어지고 광역버스 시간을 맞추지 못해 퇴근 후에 다이빙풀을 찾는 것이 무리한 것이 된다. 일은 점점 많아지고 저녁과 주말을 침범한다.


회사 동기들과 강원도 고성으로 1박2일 서핑 여행을 간 것도 흐릿해지는 자아를 찾기 위한 몸부림의 하나였다. 새벽 수영이 하루를 잘 보낼 평온을 주고, 금요일 퇴근 후 하는 프리다이빙은 한 주의 근심을 녹여주던 시기였다. 그렇지만 고성에서 해 본 서핑은 그저 그랬다. 뭘 해야 하는지, 왜 재밌는지를 알지 못했다. 서핑샵 선생님에게 물어야 했다.


"서핑은 도대체 무슨 재미로 하는 거예요?"


"이번 주말에 파도가 없어서 그래요. 다음에 파도 좋을 때 오셔서 파도타는 속도를 한 번 느껴보면 알게 되실 수도 있어요"


서핑의 재미는 찾지 못했지만, 저녁에 바비큐를 먹고 바닷가에 불을 피워 놓고 마시멜로를 먹는 것은 좋았다. 멀리 나와 바람 쐬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하며 다음 날을 맞았다. 파도가 없어서 서퍼들은 거의 입수하지 않았다. 서핑은 포기하고 평화로운 바다에서 살을 태우면서 패들보드를 탔다. 바닷물이 빛나고 바람은 시원하고 내 몸이 건강한 기분이 들었다. 아주 아주 평화롭고 행복했다. 시간과 돈과 노력을 조금만 투자하면 이런 순간을 맞을 수 있는 거였다. 왜 그동안 주말에 바다에 오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앞으로는 종종 뭘 하든 바다에 와봐야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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