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파크] 6.

by 서커스

마스터클래스 첫 번째. 듣고 싶던 진아영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다. 진아영 선생님은 지상에서부터 섬세하고 영리하게 가르쳐줬다.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해줘서 오늘 뭔가 잘 될 것 같았지만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나는 아직 혼자서 패들을 해서 파도를 잡지 못하는데 진아영 선생님은 뒤에서 보드를 잘 밀어주는 타입이 아니고 라이딩에 실패하더라도 혼자서 파도잡는 연습을 하도록 이끌어주는 타입이어서 애를 먹었다. 리프 가이드가 우재여서 내가 타는 걸 바로 옆에서 보고 있다는 점도 나를 더 긴장하게 했다. 처음 몇 번은 테이크오프 없이 상체만 일으킨 채로 보드를 이리저리 움직여보는 걸 연습했다.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게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파도 상태에 따라 힘을 다르게 줘야 한다는 개념을 깨우치는 데에 아주 필요한 과정이었다. 오늘 저녁에 우재랑 같이 새 수트를 사러 가기로 했었는데 서핑이 하도 안 돼서 수트를 살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이만 마무리하고, 굳이 수트에 돈을 쓸 필요가 있겠나 싶었다. 진아영 선생님은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원래 수트부터 사는 거라고 했다. 나는 우재를 기다린 김에 그냥 가서 수트를 샀다.


우재를 기다리면서 된장찌개를 해 두었다. 우리는 같이 김자반에 된장찌개를 먹고 귤도 먹은 뒤 저녁에 수변공원에서 보드 연습을 했다. 우재가 내 롱보드를 탔고 나는 우재의 카버보드를 탔다. 앞중심을 주라는 게 어떤 건지를 카버보드를 타보고서야 조금 깨우쳤다. 중요한 순간이었다.


마스터클래스 두 번째. 화요일 오전이라 마찬가지로 수강생이 나 뿐이었다. 김호진 선생님과 빡센 지상연습을 하고 리프로 들어갔다. 김호진 선생님은 군말없이 세게 밀어주는 타입이어서 나는 어제 연습한대로 앞중심을 줘가며 여유있게 롱라이딩에 성공했다. 두어번은 정말로 길게 파도를 타는 데에 성공해서 나는 너무 너무 기뻤다. 새로 산 수트를 입어서 그런지 몸도 가볍고 몸에 힘을 빼라는 게 무슨 말인지도 조금 알겠었다. 김호진 선생님도 지난주에 비해 엄청나게 늘었다고 칭찬해줬다. 나는 다시 서핑이 아주 재밌어졌다. 사실 이날 수업 30분 전쯤엔 웨이브파크 입구에 도착해서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다가 수업에 가기가 싫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예약 취소를 눌러보기도 했다. 당일 취소는 안 된다고 나오기에 어쩔 수 없이 수업에 간 거였다. 그랬는데 웃으면서 나왔다.


마스터클래스 세 번째. 한 세션에 롱라이딩 한 번을 하는 게 목표이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크게 실수하지 않으면 어느정도 길게 타고 내려가진다. 어깨를 틀어서 방향을 전환하고, 내가 어깨를 열어서 보드가 오른쪽으로 돌아간다는 걸 느끼기도 한다. 엉덩이가 뒤로 빠져있다는 걸 느끼고 무릎을 구부려 자세를 바꾸기도 하고, 상체에 힘을 빼려고 배를 접어보기도 한다. 보드 위에서 이렇게 해볼까 하고 생각을 한다는 것부터가 새로운 단계다. 넘어질 것 같아서 자세를 낮춰보기도 했다. 아직은 엉덩이를 뒤로 빼는 버릇이 고쳐지지 않았다.


오늘도 대부분은 선생님이 뒤에서 보드를 밀어줬다. 그래도 완전히 혼자서 파도 하나를 잡았다. 다만 파도를 혼자 잡느라 몸에 힘이 들어가는 바람에 테이크오프 후 여유롭게 프론트 턴을 하지 못해 보드가 앞으로만 갔다. 그래도 이제는 혼자서 파도를 잡는 연습을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M1 파도에서는 몸을 숫자 4번에 맞추고 패들을 시작하고, M2 파도에서는 4.5에 맞추고 패들을 시작한다. 다만 벽에서 1미터 이상 거리를 둬서 노즈다이빙을 하지 않고 파도를 넘기지도 않게 한다. 11시 강습을 듣고 13시 리프자유를 탈까 했지만 갈비뼈 쪽이 조금 욱신거리기에 쉬기로 했다. 서핑을 하고 나오니 입장확인소 직원이 내가 실력이 많이 늘어 놀랐다고 했다. 뭔가 되는 듯 하다가 또 하나도 안 돼서 환희와 절망이 극단적으로 오가는 단계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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