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둘레길 워킹
* 실은 제목에 ‘가끔’이 빠져있습니다.
남산타워 광장에 오르면 서울 시내가 훤히 보인다. 남산타워 광장과 달리 남산 둘레길은 운동족들이나 산보를 즐기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나역시 이곳을 찾은 역사는 길다.
고3 수능이 끝나고 불어날 대로 불어난 내 몸은 필히 체중 감량을 요했다.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다이어트가 진행됐고,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싶은 대로 먹은 1일 1식을 했다. 아주 젊은 몸이었던 터라 살빼기는 어렵지 않았고(지금에 비하면), 남산을 오르내리며 열심히 칼로리를 소모했다. 그때만 해도 남산 둘레길이 없었는지 존재를 몰랐는지 높은 산골을 땀이 뻘뻘 나게 왔다갔다 했다. 그러다가 몸살이 나서 두꺼운 옷과 이불을 뒤집어 쓰고 땀을 내기도 했다. 열심히 분발했던 시절이었다.
지금까지도 남산을 찾곤 한다. 집에서 멀지 않으면서 걷기 좋은 둘레길이 있기에 열심히 파워워킹을 해본다.
걷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가끔 러너들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슝슝 달리기도 한다. 둘레길은 평지와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진 난이도 하 정도의 만만한 산책로로, 누구든(노인이든 아이든 젊은이든) 걷기에 좋다. 좀더 강한 운동을 원한다면 계단으로 남산타워 광장까지 올라가면 된다.
남산은 장충단 공원의 동국대 쪽이나 명동 쪽이나 이곳저곳으로 접근할 수 있다. 나는 보통 장충단 공원에서 올라가서 둘레길을 따라 걸으면 명동의 삼순이 계단에 가닿을 수 있다.
나역시 둘레길을 걷고 에너지가 좀 남아 있으면, 남산타워까지 찍는다. 그러면 겨울임에도 이마에 몽글몽글 땀이 찬다. 영겁의 계단의 끝이 아직일까 궁금증과 인내심을 발휘하면, 남산타워 가기 전 가파른 경사 앞에 당도한다. 꽤나 가파르므로 여기서 한 번 더 힘을 내야 한다. 정상에 닿으면 서울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잠시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면 어느새 땀은 저멀리로 날아간다.
날씨는 파랗고 화창하고 맑고 푸르다. 하늘을 보며 걷는 낮 한때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