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만 69세)의 항암 2주 차 월요일, 화요일은 수월했다. 아빠는 이제 입맛을 회복해 병원에서 주는 밥을 그럭저럭 잘 드신다.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먹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드신다고 했다.
의사는 "지금 식사가 어렵지 않은 상태까지 올라왔으니 이번 주 항암은 하루만 더 회복하고 목요일에 합시다."라고 얘기했다.
11월 13일 수요일, 기다리던 차가 나왔다. 내 인생 첫차다. 오후 반차를 내고 집에 돌아와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받았다. 내 덩치 만큼 큰 SUV다. 저녁에 아내와 드라이브를 다녀왔고, 막국수까지 맛있게 먹고 왔다.
병원에 계신 부모님이 생각났다. 진작 이런 차를 사서 여기저기 모시고 다니며 추억을 쌓았으면 좋으련만… 지난 세월 나는 뭘 한 걸까 후회가 들었다.
12년 전, 아빠가 위암 진단을 받은 날 나는 같은 마음이었다. 당시 나는 온갖 심란한 생각 끝에 차를 사서 여기저기 모시고 다니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내 바쁜 일상에 다짐은 묻혔고 그렇게 12년이 흘렀다. 이번만큼은 얼른 회복해 이 차에 같이 타고 어디든 즐겁게 드라이브 가는 날을 꿈꾼다.
11월 14일 목요일, 두 번째 항암 날이다. 이번에는 임핀지를 빼고, 젬시타빈과 시스플라틴만 투입했다. 항암 당일은 지난주처럼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지난주 이튿날 밤부터 힘들었다고 하니 조금 기다려보자. 일단 몸이 허락할 때 뭐든 많이 먹는 게 급선무다.
2024. 11. 14.(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