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빠(만 69세)를 모시고 교외로 차를 끌고 나갔다. 항암 휴식주를 맞아 이번 주 내내 집에만 머물러서 답답했을 아빠를 위해, 그리고 '계실 때 추억을 많이 쌓자'란 생각에 아내와 나는 주말 오후의 휴식을 미루고 시동을 걸었다. 약속이 있던 엄마는 동행하지 않았다.
경기도 양주의 기산저수지 옆 카페 '브루다 양주'에서 시아버지와 며느리를 다정한 대화를 나눴다. 아빠와 엄마의 연애 이야기에 아내는 재미있다며 까르르 웃었다. 둘은 팔짱을 끼고 하트를 그리며 사진을 찍었다. 평생 무뚝뚝한 두 아들하고만 살아온 아빠는 이처럼 살가운 며느리가 얼마나 예쁠까.
서울로 오는 길, 고양시 대자동 '낙지마당'에서 낙지볶음을 먹었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만 찾게 되는 아빠는 맛있게 잘 드셨다.
이튿날 일요일, 우리의 신혼집 집들이를 하는 날이다. 동생네가 먼저 와서 놀이터부터 찾았다. 다은이는 하루 한 번은 꼭 놀이터에서 놀아야 잠을 잔다고 한다. 이어 아빠가 집에서부터 휴지 세트를 들고 오셨다. 엄마도 교회에서 바로 집으로 왔다.
아내가 아침부터 장 보고 준비한 요리를 냈다. 떡만둣국, 야채찜, 닭볶음탕, 우삼겹 숙주볶음 등 푸짐한 한 상을 뚝딱 차려냈다.
가족들은 밤늦게 집에 돌아갔고, 아내는 녹초가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빠는 며느리복은 타고났다.
2024. 11.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