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아내가 처가에 김장하러 갔다. 간 김에 일요일에 온다고 한다. 장모님이 사위들은 쉬라고 처형과 아내만 불렀다.
아내가 없는 주말 아침이 심심하다. 홀가분하게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넷플릭스도 재미없고, 아침밥도 맛이 없다. 토요일 점심은 친구 경준을 만나 김치찜을 먹었다.
돌아오는 길 본가에 들렀는데 마침 동생네가 가리비찜을 해왔다. 1시간 정도 다은이와 놀아주고 집을 나왔다. 밥 먹고 가라고 붙잡았지만 피곤하기도 했고, 아내가 없는 집에서 혼자 쉬고 싶었다. 막상 집에 와서 초저녁부터 텅 빈 집에 있으려니 그냥 다은이와 좀 더 놀다올걸 그랬나 후회가 들었다.
일요일 와이프가 집에 왔다. 아내는 아빠(만 69세)에게 안부 전화를 드렸다. 아빠는 헐떡이는 목소리로 숨이 차서 죽겠다고 한다. 샤워도 힘들어 물도 제대로 못 뿌리고 계단 하나도 숨이 차서 못 오른다고 했다. 밥도 못 넘겨 몸무게는 이제 52kg 밑으로 내려갔다. 폐에 물이 찬 건가, 항암 부작용인 건가. 숨이 차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빠의 암 보험금이 나왔다. 12년 전 위암 발병 후 엄마는 "이 유전자에 또 걸리지 않겠는가." 위기감에 라이나생명과 동부화재의 암보험을 가입했다. 라이나는 신청하자마자 곧바로 진단 보험금을 지급했다.
동부화재는 보험금 조사원이 직접 집으로 방문해 이것저것 물어보고 갔다. 동부화재 보험금이 나오기 전 내가 가만히 약관을 보다가 '계속받는표적항암약물허가치료비(연간1회한) 특약'을 발견했다. 약관을 자세히 읽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아빠가 쓰는 항암제 임핀지가 표적항암치료제로 보험금 지급 대상이다. "이것도 나오겠네."
며칠 후 진단금에 더해 표적항암치료제 특약도 함께 지급됐다. 엄마에게 이 특약은 어떻게 알고 가입했냐고 물었다. 엄마는 "특약 가입한 줄도 몰랐어. 설계사가 아는 사람이니깐 그냥 서명한 거지."
2024. 12.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