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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희 May 17. 2024

35. 고사리 휴식, 잠시 카페에서 쉬었다 갈까요?

"반장님 제 고사리 드릴게요."


산에서 내려오면서 나는 고사리를 내밀며 말했다.


"왜? 가져가지. 양도 많은데..."


"저 고사리는 어떻게 요리하는지도 잘 모르고 먹을 사람도 없어서요. 이것 괜찮으시면 드릴게요."


내가 내민 고사리 봉투를 받은 김 반장님은 고사리를 살펴보시며 말했다.


"어?"


놀라시는 반장님에게 내가 물었다.


"왜요? 왜요? 너무 잘 못 따서 먹을 게 없는 거예요?"


"아니, 생각보다 잘 땄는데? 먹을만해!"


나는 처음 따봤지만, 좋은 걸 따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반장님을 따라 산에서 내려왔다.


"여보, 용희 씨가 고사리 우리 먹으래."


"뭐야? 용희. 고사리 맛있는데 갖다 먹지. 봄 고사리는 약이라잖아?"


"다음에 언니네 집 가면 같이 먹을게요."


그때 옆에 계시던 반장님이 말씀하셨다.


"고사리는 금방 먹어서 그땐 다 먹고 없다고."


"아, 그럼 전 괜찮아요! 두 분 맛있게 드세요."


그렇게 난 혜수 언니 차 트렁크에 미자 언니에게 줄 고사리를 실어드리고, 비닐봉지 속에 함께 들어 있던 개미들을 털어내며 말했다.


"그럼, 우리 커피는 어디서 마셔요?"


"응. 커피는 이 앞에 마을회관 앞 돌담집으로 오면 돼."


옆에 서 있던 혜수 언니가 말했다.


"저, 거기 밖에서만 보고 어떤 곳인지 궁금했었는데 오늘 가네요? 분위기는 좋아 보였는데..."


혜수 언니가 평소 가보고 싶었던 카페였다는 말에 나도 얼른 가보고 싶어졌다. 마침 고사리 사냥으로 커피가 많이 당기기도 하고. 나는 차에 올라서 후진으로 방향 전환을 한 뒤 산길을 빠져나왔다. 내 뒤에서 수신호로 차 후진하는 걸 도와주던 도진 씨가 점점 멀어져 가는 게 보였다.




도착한 카페는 귤 창고를 개조한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이었다. 제주에는 귤밭 근처 들판 곳곳에 귤 창고가 많이 있어서 한 번쯤 들어가서 구경해 보고 싶었었는데... 오늘 드디어 직접 들어와 보게 된 것이다. 요즈음에는 귤 창고를 개조해서 카페나 복합문화 공간 등으로 만든다고 하던데 실제로 공간을 감상해 보니, 위쪽에 작게 달린 창문도 색다르고 서까래의 느낌이 독특해서 특별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언니, 여기 너무 예뻐요." 


어느새 카페로 도착한 유진 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짜 예쁘지 않아요?" 


귤 창고는 위쪽에만 창문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앞쪽에 큰 통창이 있고, 안락한 소파와 소파를 덮은 패브릭이 안락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이런 데서 글 쓰면 글이 참 잘 써지겠네.'


나는 이곳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서 유진 씨와 함께 다니며 카페 곳곳을 사진 찍었다.


"다들 뭐 먹을 거야? 여기 생딸기 듬뿍 라테 맛있어 보이지 않아?" 


메뉴판을 보며, 미자 언니가 말했다. 


"역시 피로 회복엔 딸기죠. 저도 딸기 라테 먹을게요." 


딸기를 생각하니, 봄 햇살을 듬뿍 받으며 열심히 채집한 고사리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우리는 겨울 동안 우리가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잠시 휴식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자 언니네는 요즘 재테크를 배우러 다닌다고 했고, 유진 씨와 도진 씨는 둘 다 새로운 직장으로 옮겼으며, 혜수 언니는 여전히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자기는? 겨울 동안 뭐 하고 지냈어?" 


오가던 대화를 잠시 멈추고 미자 언니가 내게 물었다. 


"저는 말 타고, 글 쓰고, 책 만들면서 지냈어요." 


나의 대답에 옆에 있던 유진 씨가 말했다. 


"언니, 언니 승마 엄청 많이 늘었던데요? 언니 얼마 전에 구보도 하셨잖아요." 


아... 그 우주전투기 타는 것 같이 빠른 속도로 달리며 내 몸과 머리가 분리되는 듯한 그 구보. 심혈을 기울여 고사리를 따다보니 승마는 잠시 잊고 있었다.  

 

"아니... 그건 손잡이 잡고 달렸었는 데... 그게 저는 승마 아직도 멀었어요."


평소 운동 못 한단 말은 들어본 적 없는 나였지만, 벌써 1년째 승마는 잘 안 풀린다.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긴 한데, 아직 이유는 찾지 못했고... 승마는 유연성과 근력만으로는 안 되는 것 같아서 혹시 내 골반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 아닌지 살짝 의심 중이다. 그래도 우리 반에서 승마가 절대 늘지 않을 같던 내가 유진 씨에게 이런 말을 듣는 날이 줄이야... 지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용희, 구보해보니까 어땠어? 구보는 마장에서는 못해?" 


미자 언니가 물었다. 


"일단 구보는 해보니까 속도가 빨라서 처음에는 엄청 무서웠어요. 그리고 위험해서인지 수업 시간에는 하지 않고, 외승에서만 했어요." 


"아... 나도 구보해보고 싶었었는데..." 


지난 학기에 구보를 해보고 싶어 하던 혜수 언니가 아쉬움이 묻어 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혜수 언니는 모든 운동에 자신 있으니까 아마 승마를 다시 하면 구보도 곧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우리 갈까?" 


그렇게 우리는 충분한 휴식을 마치고, 2차로 고사리 사냥을 떠났다.

매거진의 이전글 34. 본격적으로 고사리를 따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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