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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희 Jun 27. 2024

40. 덜커덩 선생님 승마장에 놀러간 날

"쌤!"


승마장에 들어서자마자 선생님의 반려견 뿌꾸가 나를 반겼다. 꼬리 치며 다가오는 뿌꾸를 보고 내가 웃으며 말을 건넸다.

 

"안녕? 혹시 나 기억하니? 너 못 본 새 많이 컸구나. 이제 제법 어른티가 나네?"


"쌤, 얘 물어요. 조심해요."


"네?"


나는 '어릴 땐 순하던 뿌꾸가 사춘기를 잘못 보내서 변했구나!' 하면서 얘가 물려고 달려들면 선생님 눈치를 보면서 어떻게 제압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물러서는데, 덜커덩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에요. 얘 순둥이예요"


"아놔..."


오랜만에 만난 덜커덩 선생님은 전보다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선생님, 전보다 훨씬 좋아 보이시네요. 덜 피곤해 보여요."


"그래요? 이런 게 직장과 개인 사업의 차이인 거죠. 사업하면 걱정은 많아도 마음은 편하다는 것. 그래도 하는 일은 똑같아요."


"그렇죠. 그저 불편한 상사만 없을 뿐이죠."


우리는 직장 스트레스에 관해 서로 공감하며 승마장 안쪽으로 들어섰다. 덜커덩 선생님은 친절하게 승마장 곳곳을 소개해 주셨다.


"여기가 원형 마장, 수장대 그리고 여기가 마구간이에요."


우리는 마구간으로 들어갔다.


"쌤, 말이 엄청 많네요. 다들 건강해 보여요."


내가 마구간으로 들어서자, 말들이 나를 보고 코를 실룩거렸다. 나는 말을 만져보고 싶어서 손을 내밀었지만 처음 보는 말이라서 혹시 물지 몰라 가까이 뻗진 못했다. 말 이름을 좀 외워보려고 마구간 사이를 다니면서

말 구경을 해보았는데, 마구간에는 광적토, 비상돌격,  탐사대 등 이름이 특이한 말들이 많았다.


"쌤 여기 이름표에 있는 이름이 말 이름 맞아요? 엄청 길고 특이하네요."  


"경기 뛰던 애들이라서 아무래도... 그런 거예요. 우리 승마장에서 부르는 애칭이 따로 있는데 예를 들면 비상돌격은 송이예요."


덜커덩 선생님이 잠시 말에게 물을 주겠다고 호스를 가지러 간 사이, 나는 혼자서 마구간을 구경하기로 했다. 선생님네 승마장 마구간은 복도를 가운데 두고 양옆이 마방으로 되어 있어서 나는 말 구경을 하려고 마방 복도를 걸어보았다. 이제는 말에 익숙할 때도 됐는데, 역시 나보다 키가 큰 처음 보는 말들이 고개를 내밀고 격하게 반겨주니까 섣불리 손을 내밀에 쓰다듬어 줄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얘들이 나를 먹진 않을지, 초식동물이 맞는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얘는 다비인데 우리 승마장 에이스 말이고요. 순하고, 잘 뛰고 장애물도 잘 넘고 가장 좋은 말이에요. 누리는 제 말이고요. 송이는 착하고요." 


어느새 호스를 가지고 나타나신 덜커덩 선생님이 말했다. 


나는 착하다는 송이 앞으로 가서 볼을 좀 쓰다듬어 주려고 했다. 송이가 놀랄까 봐 내 손이 보이도록 코 쪽으로 손을 댔는데 송이가 내 손을 킁킁 냄새 맡았다. 나는 볼을 한 번쯤 쓰다듬어 주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아직 친하지 않은 말은 막 만지면 물릴 것 같아서 만져보는 건 그만두었다. 


"오늘 누구 타면 좋을까요?" 


덜커덩 선생님이 내게 물으셨다. 


"제일 착하고, 제일 순하고, 제일 안 무서운 말이요." 


나는 이제 어느 정도 승마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보는 말을 보니 심장이 쫄깃해졌고 새로운 환경에 와 보니 나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오늘 다비 타 보세요." 


덜커덩 선생님께서 배려해 주신 덕분인지 오늘 나는 선생님의 승마장에서 가장 순하고 훈련이 잘 되어 있다는 명마 다비를 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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