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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니보이 Oct 10. 2023

아내의 햄버거

 

  긴 연휴가 끝났다. 추석이라 집에 왔던 아이들의 왁자지껄 웃음소리도 떠났다.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볍게 저녁을 먹자며 아내 손을 잡아 끌었다. 내 손을 잡은 아내도 말없이 햄버거 가게로 따라 들어왔다. 다시 조용해진 집은 허전하기만 할 터이니.

   쿼트로치즈와퍼 세트와 와퍼주니어 단품 하나를 주문했다. 주문한 햄버거가 식판에 담겨 나왔다. 아내와 자주 앉던 테이블이 비어있었다. 그 자리에 앉았다. 식판에 담긴 두 개의 햄버거. 숱하게 먹던 햄버건데 어쩐 일인지 가슴 한편이 뭉클했다.

   아이들 엄마로 나의 아내로 삼십 년 살아온 여인 앞에 놓인 작은 햄버거 하나. 나와 아이들 밥을 먼저 차려내고 남은 밥 담아 오던 아내의 작은 밥그릇이 떠올랐다. 어쩐 일인지 오늘따라 도드라지게 차이 나는 햄버거를 보니 마음이 저릿했다.

   “애들은 잘 도착했겠죠?” 

   혼잣말하는 아내의 시선 끝엔 깔깔대며 햄버거 베어 문 중고등학생들이 있었다. 아들이 생각났다. 대학생이 된 막내는 햄버거를 썩 좋아하지 않았다. 어쩌다 햄버거가 먹고 싶은 날이면 녀석이 집에 돌아오기 전 오늘 이 자리에 앉아 꿀맛 같은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먹고 서둘러 집으로 왔었다. 교복 입은 학생들 때문인지, 아들 빼고 먹던 햄버거가 떠올라선지 아내는 작은 햄버거를 나보다 천천히 먹었다. 

   식판을 반납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추석을 보내고 각자 삶으로 돌아간 아이들을 생각하며 아내와 나도 우리의 자리로 천천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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