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니보이 Nov 22. 2023

프롤로그

의사 초년병, 통영의 작은 섬 사량도로 가다

이선정作  귀항   oil on canvas   



   의과대학을 갓 졸업한 이십 대 중반. 잉크 냄새 파릇파릇한 의사면허증을 받아 들고 경남 통영의 작은 섬 사량도 보건지소에 의사 초년병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작은 섬마을에 하나뿐인 의사로 지낸 일 년의 기억과 기록을 돌이켜 본다. 통영항 여객선 터미널에서 고려호를 타고 바닷길을 한 시간 달려 사량도 금평에 내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청춘은 정말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갔다(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눈 한번 잠시 감았다 뜬 것 같은데 삶이 뭔지 모르던 어린 청년이 어느새 오십의 초로가 되었다. 

   나이 드는 게 아쉽지는 않다. 다만 그 시절이 ‘청춘에게 주기엔 너무 아까운 청춘’의 시간은 아니었다고 믿고 싶다. 

   오랜 시간 먼 거리를 걸어왔다. 서울에서부터 지금 있는 이곳까지. 너르고 복잡했던 도시 생활을 뒤로하고 삼십 년 만에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 청춘의 시절을 꺼내 본다. 멀리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멈춰보니 제자리다.      


   달은 우리에게 늘 똑같은

   한쪽만 보여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 또한 그러하다.

   그들 삶의 가려진 쪽에 대해서

   우리는 짐작으로 밖에

   알지 못하는데

   정작 단 하나의 중요한 것은

   그쪽이다.     

   _ 장 그르니에, 섬 中     


   대학 시절, 멋으로 들고 다니면서 학교 앞 작은 카페에서 읽었던 ‘섬’의 한 구절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돌아갈 수 없는 이십 대의 기억과 기록이지만 처음 맞는 중년의 삶 그리고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아니면 알아채지 않으려고 했던 인생의 이면을 찾는 단초가 되리라 믿으며 푸르렀던 날들을 찾아 작은 섬 사량도로 떠나본다.

   다시 돌아보는 나의 청춘은 어떤 모습일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