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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니보이 Feb 14. 2024

신문지 덕지덕지 겨울나기 준비 끝

다시 만난 사량 12화

이선정作 밤 바다  oil on canvas



섬에도 어김없이 찬 겨울이 들이닥친다.     


매서운 바닷바람 아침부터 온 밤새

관사의 현관문 요란스레 두드린다

이제는 낡아버린 귀뚜라미 기름보일러

지칠 줄 모르고 돌아가는 계절     


서러운 날씨로 환자는 계속 줄고

하릴없이 기다리던 나는

하품 한 번에 눈물 찔끔 흘린다     


식은 밥 비벼 먹고 좁은 방에 누우면

송곳 같은 해풍 창문 틈새 비집고 들어와

여린 피부 후비고 잠 못 들게 한다     


늘어진 육신 벌떡 일어나

방충망 처진 유리창에 신문지 덕지덕지 붙여

얼굴 내민 삭풍 구석구석 눌러 막고     


이제, 작은 섬 겨울나기 준비는 끝     


다시 자리에 누우니

절로 나는 웃음에 겨워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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