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사량 12화
이선정作 밤 바다 oil on canvas
섬에도 어김없이 찬 겨울이 들이닥친다.
매서운 바닷바람 아침부터 온 밤새
관사의 현관문 요란스레 두드린다
이제는 낡아버린 귀뚜라미 기름보일러
지칠 줄 모르고 돌아가는 계절
서러운 날씨로 환자는 계속 줄고
하릴없이 기다리던 나는
하품 한 번에 눈물 찔끔 흘린다
식은 밥 비벼 먹고 좁은 방에 누우면
송곳 같은 해풍 창문 틈새 비집고 들어와
여린 피부 후비고 잠 못 들게 한다
늘어진 육신 벌떡 일어나
방충망 처진 유리창에 신문지 덕지덕지 붙여
얼굴 내민 삭풍 구석구석 눌러 막고
이제, 작은 섬 겨울나기 준비는 끝
다시 자리에 누우니
절로 나는 웃음에 겨워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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