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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니보이 Feb 21. 2024

사량도 강태공

다시 만난 사량 13화

이선정作 별이 빛나는 밤  oil on canvas


   얼마 전부터 맛 들인 낚시. 거금 들여 낚시채비 갖췄다. 친구와 똑같은 3호짜리 릴대에 5호 낚싯줄 준비하여 멋진 가방에 넣고 바다로 나서면 절로 어깨가 으쓱, 웃음 짓는다.     

 

   매듭 매는 방법 몰라 묶음 낚시 사용하고 물고기에 따라 다른 낚싯바늘 준비해야 하지만 아무 생각 없는 초보 낚시꾼에 물고기 물 턱 없지.     


   통영 바닷가 친구에게 하나씩 사량도 동네 이장님께도 한 수 배우니 어느새 치과 김 선생에게 전문가 소리까지 듣는다.     


   미끼를 손으로 못 만져 비닐장갑 꼈으나 이젠 맨손으로 거리낌 없이 갯지렁이에 낚싯바늘 끼고 있으니 많이 발전한 셈이다. 미끼 정성스레 낚싯바늘에 꿰어 바다에 담그고 기다리는 그 맛,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누군가 그랬지.     


   낚싯줄 담긴 수면과 눈싸움 벌이다 톡톡 건드리는 느낌 ‘옳지 걸렸다’ 잡아채니 볼락이 올라온다. 볼락이 제철이라 담그기만 하면 어김없이 요놈이다. 이놈들을 어망에 담아 보건지소로 돌아가는 뿌듯한 이 마음.     


   아마도 어떤 이는 죄 없는 생명 잡는다고 하겠지만 이것은 나에게 유일한 낙이요, 소일거리다. 낚싯바늘에 매달려 버둥거리는 갯지렁이 보면 야릇한 인생살이의 비애가 느껴지려 하지만 어쩌랴, 이놈들이 없으면 밥을 못 먹으니.     


   갯가에 가만히 서서 보름달 위로 쏟아지는 별빛을 온몸으로 받아낸다. 바람에 흘러가는 구름 조각에 세월을 묻어 보낸다. 밝은 달빛 위로 더욱더 파랗게 빛나는 겨울 밤하늘을 보면서 나는 자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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