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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니보이 Mar 06. 2024

오줌누기

다시 만난 사량 15화

이선정作 밤이 들려주는 이야기  oil on canvas


나이 먹는다는 것 참으로 서럽다

어디에 가서건 나이 들먹이면 

요즘 N세대*와는 관계가 먼, 아주 먼

이제는 다 쉬어 버린

신촌의 그 유명한 록카페에서도 받아주지 않으니…

내 서러운 나이     


눈앞에 다가선

이제는 끝나버린 서른 잔치

입춘도 지나버린 달빛 찬 사량도 그늘에서 맥주를 마신다     


모두 구정을 쇠는지라 늦게야 새해 인사를 나누며

임신으로 누워있을 진료 요원 걱정하며 건배한다

섬에 있는 동안 남편 걱정 자식 걱정에

한숨 어린 푸념 내뱉는 보건 요원 박 여사

어리디어린 신혼으로 밝은 소망 마시는 또 다른 보건 요원 최 여사

보건지소의 하나뿐인 미혼의 위생사 이 양

모두 건강을 바라며 인사 가득 축배를 든다     


한판 잔치를 끝내고 돌아오다

동네에 하나뿐인 가게에서

맥주와 과일을 사서 돌아온 관사     


치과 김 선생과 세월을 나누고 인생을 교감하니

여기 섬, 사량도 보건지소의 이 밤은

내 작은 쉼터가 되네     

⋮     

마려운 오줌을 참으려다 못 견뎌

밖으로 나와 탁 트인 바다를 향해 오줌을 누니

깜깜한 바다에 떨어지는 소리 참으로 시원하다     


달빛 비치는 이 자연에

몸을 던지니 나는 신선이 된다.


*N세대는 197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나 경제적 혜택과 문화적 혜택을 동시에 누린 X세대 중에서도 특히 컴퓨터에 익숙한 세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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