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사량 15화
이선정作 밤이 들려주는 이야기 oil on canvas
나이 먹는다는 것 참으로 서럽다
어디에 가서건 나이 들먹이면
요즘 N세대*와는 관계가 먼, 아주 먼
이제는 다 쉬어 버린
신촌의 그 유명한 록카페에서도 받아주지 않으니…
내 서러운 나이
눈앞에 다가선
이제는 끝나버린 서른 잔치
입춘도 지나버린 달빛 찬 사량도 그늘에서 맥주를 마신다
모두 구정을 쇠는지라 늦게야 새해 인사를 나누며
임신으로 누워있을 진료 요원 걱정하며 건배한다
섬에 있는 동안 남편 걱정 자식 걱정에
한숨 어린 푸념 내뱉는 보건 요원 박 여사
어리디어린 신혼으로 밝은 소망 마시는 또 다른 보건 요원 최 여사
보건지소의 하나뿐인 미혼의 위생사 이 양
모두 건강을 바라며 인사 가득 축배를 든다
한판 잔치를 끝내고 돌아오다
동네에 하나뿐인 가게에서
맥주와 과일을 사서 돌아온 관사
치과 김 선생과 세월을 나누고 인생을 교감하니
여기 섬, 사량도 보건지소의 이 밤은
내 작은 쉼터가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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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려운 오줌을 참으려다 못 견뎌
밖으로 나와 탁 트인 바다를 향해 오줌을 누니
깜깜한 바다에 떨어지는 소리 참으로 시원하다
달빛 비치는 이 자연에
몸을 던지니 나는 신선이 된다.
*N세대는 197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나 경제적 혜택과 문화적 혜택을 동시에 누린 X세대 중에서도 특히 컴퓨터에 익숙한 세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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