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사량 16화
이선정作 달빛 소나타 oil on canvas
옥녀봉 뒤쪽으로 샛노란 달덩이가 떠올랐다. 두 손 모으고 고개 숙여 가슴속에 담았던 작은 소망 하나 바라니 올 한 해 환한 달님처럼 빛나리라.
정성스레 운동장 몇 바퀴 돌고 가벼운 걸음으로 동네에 접어드니 선창가 중간쯤, 굵은 나무와 솔가지로 만든 커다란 달집이 시뻘겋게 불타고 있다.
마을 사람들 저마다 작은 고사상에 절한 뒤 한 잔씩 음복하고서. 흥겹게 울리는 징이며 꽹과리 소리에 달집 주위를 돌고 있다. 활활 타오르는 달집 향해 절하며 올 한 해 액운도 같이 태워버린다.
달집 옆에는 동네 꼬마들. 못으로 구멍 낸 빈 깡통 속을 잔솔가지와 지푸라기로 채우고 불을 붙여 빙빙. 쥐불놀이한다.
보건지소에 매일 오시는 영감님도 어깨춤에 두둥실 하고 초등학교, 중학교 선생님도 따뜻한 정으로 가득하네.
달님이시여
올 한 해 이 작은 섬에
액운 하나 없도록 하옵시고
보건지소 직원들 모두 소원 성취하며
우리 부모님 평안하게 돌보아 주옵소서.
달님이시여
내 올 한 해도 모든 일이
여의하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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