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사량 18화
이선정作 섬을 바라보다 oil on canvas
참으로 길고도 험난했던 그러나 평생의 유일한 섬마을 의사로 보낸 사량도 일 년이 이제는 계절의 흐름으로 뒷전에 나 앉는다.
의사 초년생으로 섬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의 당혹감과 관사에 들어서는 순간 다시금 느꼈던 그 서러움도 미소 속에 사라진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주름진 손을 잡을 때마다 깨닫곤 했던 내 삶의 항로를 흥겨운 마음으로 내 닫는다.
뒷집 기름집 사장 안타 아버지와 같이 헤엄쳤던 사량도 앞바다를 영원히 간직한다. 아직도 살아있는 푸른 바닷속의 멍게 물고기 그렇게 싫어하던 불가사리도 내 가슴속에서 숨을 쉰다.
계절 내 기대감에 마음 설렜던 아름다운 옥녀봉을 먼발치서 바라만 보다 이렇게 떠나려니 아스라한 안타까움에 살며시 옷깃 여며진다.
기름 탱크 앞 얕은 물 속에 살던 볼락들아, 내가 사량도를 떠나더라도 부지런히 입질하여 새로 오시는 우리 선생님들 저녁 찬거리로 아낌없이 보시하여 극락왕생하여라.
새롭게 싹 틔우는 파릇파릇한 상추를 배 뒷전으로 흘려보내며 내 서러운 사량도를 띄워 보낸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