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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니보이 Feb 24. 2022

복국 한 그릇에 반하다

다리 아래 괜찮은 복집이 있다고 해서 달려갔다. 

부산에서는 밀복으로 만든 맑은 탕을 먹었고 이사를 와서는 통영 서호시장의 복집에서 참복을 먹었다. 

신선한 참복으로 만든 복국은 삼만 원이 넘어 선뜻 주문이 힘들었는데 

통영에서는 그 절반이면 즐길 수 있어 행복해할 즈음, 

부산에서 통영으로 가는 바닷길의 길목인 견내량 근처에  그 집이 있다고 했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넣고 이십 분을 달려 도착했다. 

도로변 수족관 앞에 머리 희끗한 노인 한분이 쭈그리고 앉아 편편한 도마에 앉아 

손가락 두 마디 남짓 되어 보이는 작은 복어의 등뼈 등을 발라내고 있었다. 

뭐 하시냐 물었더니  뼈 발라내고 있다고 말하곤 다시 손질을 시작했다. 

여닫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메뉴판을 보았더니 선택을 할 수가 없었다. 

예전 다녔던 복집의 메뉴판에 참복 밀복 까치복 은복 등 다양한 종류가 있어 

선택의 기준은 그날의 주머니 사정이었는데 이 집의 메뉴엔 복 맑은탕, 매운탕, 수육만 적혀 있었고 

복의 종류는 비밀이었다. 

바닷가답게 큰 멸치 젓갈 몇 마리, 묵은 김치, 콩자반 하며 톳이 반찬으로 나왔고 

메인인 복국은 콩나물이 듬뿍 깔려있고 그 사이사이로 

손가락 한마디 또는 두 마디 정도의 작은 졸복들이 들어 있는 게 깔끔한 맛이 예상되었다. 

국물부터 맛보았더니 부산과 통영에서 먹어 오던 찌릿한 갯내음 섞인 맛이 아니라 

조금 심심한 맛에 담백함이 입안 점막 가득 스며들었다. 

복 한 마리를 집어 들어 빨간 초장을 찍어 씹어 보았더니, 

뼈가 느껴지질 않고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복의 맛이 느껴졌다. 

단백질 세포 하나하나 사이에 적당히 국물이 베어 국물과 생선이 하나인 맛. 

맛이란 것이 지극히 주관적이고 은밀한 감각적 표현이기에 정답은 없지만 

수족관 가득 담겨있던 졸복들과 또 그 앞에서 잡뼈들을 하나하나 제거하며 만들어진 졸복 요리, 

노 주방장의 복국 한 그릇에 담긴 진심은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입안 가득 맴돌았다.

맛있는 복국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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