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동네 식당에서 덤덤한 장어국을 먹고 통영 중앙시장에 갔다.
한 번씩 사서 먹던 멍게젓과 낙지젓을 팔던 가게는 어찌 된 일인지 없어져 버려
물어 물어서 한 골목 지나 조금 올라가 수제천이란 가게를 찾았다.
멍게젓 삼만 원 낙지젓 이만 원어치를 사서 집으로 보내고
백여 미터 남짓 돌아서 동피랑 가파른 길로 올라갔다.
초입의 동피랑 갤러리에 들러 아트페어에서 몇 번 만난 적 있는 화가를 만나
통영의 화단과 화가들 그리고 그 주변의 이야기를 나누다
툭 터져 나온 지방 예술가의 고달픈 창작 환경에 맘이 아팠으나
좋아하는 것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어딨냐며
위로 아닌 위로의 말을 하고 나니 그 또한 불편하였다.
그러나 예술, 그것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갤러리 그림 몇 점을 맘속에 넣어 놓고 문을 나섰더니
검은 삼색 줄무늬가 있는 트레이닝복을 교복처럼 입은
여러 무리의 어린 학생들이 어울려 재잘거리며 어린 왕자 곁을 스쳐 지나갔다.
‘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래, 너희들은 이 사막길에서 아름다운 우물을 찾길 기원하마.
동피랑 정상의 동포루에 올라 통영항을 내려다보며 흐린 마음을 던져버린다.
중앙시장의 젓갈
동포루에서 본 통영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