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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 전쟁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회용품과의 결별

by 송형선 daniel

종이컵이라니...

종이컵이 물컵으로 나오는 식당은 그 맛을 떠나서 감점이다. 종이컵이라니.... 종이컵 쓰는 것이 뭐가 문제냐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종이컵은 생각보다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 종이컵 사용은 필요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편리함 때문에 사용되기 때문에 문제다.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고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식당들이 꽤 많다. 충분히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둘째, 종이컵 사용은 사람들에게 일회용품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환경파괴나 쓰레기 문제에 대해 그나마 가지고 있던 경각심마저 무의식 중에 날려버리는 것이 식당테이블 위에 버젓이 놓인 종이컵이다. 셋째, 종이컵 사용은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을 지키려는 많은 시도들이 궁극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여기게 한다. 2023년 환경부의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 후퇴(2023년 11월 1회 용품 단속철회)는 일회용품을 다회용품으로 대체하려는 민간의 다양한 시도들에 찬물을 끼얹었다. 생분해 플라스틱개발, 다회용 용기 등 친환경 재료를 개발하려던 사업자들은 큰 타격을 볼 수밖에 없었다. 종이컵은 환경부의 본말이 전도된 정책을 상징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전환은 없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왜 업자들은 종이컵을 고집할까? 가격이 싸서? 위생적이기 때문에? 노동을 줄여주기 때문에? 정확히 따져 본 적은 없지만, 어차피 식당에서는 물컵 이외에도, 다양한 음료, 주류 컵들과 앞접시등 여러 가지 식기를 사용하고 끊임없이 세척한다. 물컵이 거기에 추가된다고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종이 컵을 사용함으로써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빨라질까?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종이컵을 사용하더라도 종이컵을 포장에서 빼내고, 테이블에 배치하고, 종이컵 쓰레기를 치우는 노동이 더 해지기 때문에 엄밀히 다회용 컵 때문에 생기는 추가적 노동수요는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종이컵 사용이 뭐가 문제일까? 종이컵은 천연펄프로 만드는데, 한 해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종이컴은 120억 개에 달하고, 이는 50Cm 지름의 나무 1500만 그루의 양이다. 이산화탄소발생은 13만 2천 톤에 달한다. 게다가 종이컵은 미세플라스틱을 우리 몸으로 옮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뜨거운 액체를 종이컵에 받아 마실경우 종이컵의 발암물질이 컵에 녹아 우리 몸에 흡수된다. 종이컵이 저렴하게 느껴지는 것은 일종의 착시 현상이다. 종이컵 제조에 들어가는 엄청난 물소비, 이산화탄소발생등의 비용들에 대해 누구도 대가를 지불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그 비용은 우리들 자신과 우리의 후손이 치러야 하는 빚과도 같다. 싼 것이 절대 싼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종이컵 사용 줄이거나 멈출 수 있을까? 개인 텀블러나 컵을 가지고 다니는 등의 개인 적 노력이 필요하기는 하다. With A Cup 운동을 통해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개인적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그다지 크지 않다. 종이컵 사용이 제도와 상식의 두 부분에서 어디에도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을 바꾸어야 한다. 먼저는 종이컵을 사용하는 업주들이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들의 집단적 캠페인도 한 방법이다. 종이컵을 사용하면 당장 매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면, 누구라도 종이컵 사용을 철회할 것이다. 개인이 하는 것보다는 단체를 이뤄서 조직적인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더 근본적인 방법은 제도를 바꾸도록 하는 것이다. 일회용품 규제 철회라는 쿠데타적 정책 후퇴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본질적인 요소로 사람들의 상식이 바뀌어야 한다. 편리함과 위생, 저가의 이면에 감추어진 엄청난 환경파괴와 지불되지 않은 환경 비용을 알려나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생각, 생활습관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제도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 번에 전환되어야 한다.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우리에게 다른 선택이 없다는 사실과, 변화는 반드시 가능하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매일매일 만나는 종이컵들은 우리에게 우리가 해결하지 않고 있는, 미루고 있는 숙제를 떠올리게 한다. 그것을 그냥 그대로 두어서는 어떠한 전환운동도 실질적인 힘으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다. 종이컵대신에 다 먹은 밥그릇에 물을 따라 마시는 소극적 실천은 그냥 자기만족적인 행동에 불과하다.

종이컵 전쟁, 우리는 그 전쟁의 한가운데 서있다.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있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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