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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사라진 마을

인구소멸시대인가 미래소멸인가.

by 송형선 daniel

변하고 있는 마을의 모습을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기들을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갓난아기를 보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1년에 몇 명이나 보았는지 한 손으로도 다 셀 정도다. 아기수레인가 싶어 가보면 거의 반려동물이 떠억 하니 앉아있다. 어쩌다가 아기를 안고 가는 젊은 엄마나 아기수레를 만나면 발걸음을 멈추고 아기를 구경!하고 눈을 맞춘다. 세상의 모든 평화가 다 깃든 아기 얼굴을 그냥 지나치는 것은 엄청난 실수다. 세상이 전쟁터가 되어가는 것이 다 아기들이 점점 사라지기 때문인가 싶다.. 아기들이 보기 힘든 것을 좀 더 확장해서 보면, 동네에 어린이집들이 사라지는 것으로 연결된다. 작년 어느 때인가 다문화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동네에서 제법 큰 어린이집을 찾았는데 그곳이 어린이집이 아니라 의류 공장으로 바뀐 지 꽤 되었단다. 굳이 외부를 꾸미거나 간판도 필요 없어서 어린이집 있던 모습 그대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단다. 그러고 보니 동네에 아이들이 없는데 그 큰 어린이집이 그대로 있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어린이집이 줄어드는 상태를 연결해 보면 초등학교 학생수가 줄어드는 상황과도 연결이 된다. 얼마 전 입학생이 1명뿐인 초등학교 풍경이 뉴스에 나왔다. 모든 학교 직원들이 귀하디 귀한 한 명의 입학생을 위해 성대한 입학식을 치렀다. 전국에 입학생이 없어 입학식을 못하는 초등학교가 157개교나 된다고 한다. 신도심에는 아이들이 포화상태다. 인천에는 송도나 청라, 논현지구 같은 곳이 그렇다. 그러나 구도심은 점점 아이들이 줄어들고 초등학교 학생수도 줄어든다. 신도심에 사는 사람들은 인구가 감소를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젏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은 경우가 일반적으로 되고 그나마 결혼 한 젊은 부부들은 대부분 아파트 단지에 신혼집을 마련한다. 그러니 구도심에는 더더욱 아이들이 보이지 않고 신도심에는 아이들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아이들은 죄다 신도시나 신규 아파트단지에 몰려있으니 모든 아이들을 위한 시설들은 신도심으로 몰릴 수밖에 없고 구도심에는 점점 사라진다. 신도심이거나 구도심이거나 체감하는 정도는 다를 수 있지만 신생아의 수고 줄고 아이들이 줄어가는 것은 누구나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이들이 줄어드는 것은 미래가 줄어드는 것과도 같다. 꿈을 꾸는 존재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시장경제의 측면에서도 소비자와 노동자가 줄어드는 것이니 경제주체가 줄어드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그런데 대책을 보면 왠지 가려운 곳을 찾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힘을 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제일 어어가 없는 것이 경제시작연령을 낮추는 것과 난임 프로그램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대학을 나와도 변변한 직장을 얻기 어려워 강제 모태솔로로 살아가야 하는 젊은 청춘들을 본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시 홈페이지 사진

난임부부를 지원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이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인지는 의구심이 든다. 난임치료를 통해도 결국 아이를 갖지 못하는 부부들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것이 출산율을 높이는 수단은 아닌 듯싶다. 정작 중요한 것은 미래를 꿈꾸지 못해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일을 포기하고 있는 청춘들에게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는 일이 아닐까. 실상 그런 정도의 사회를 구상하려면 출산율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가 여성가족부정도의 차원이 아니라 전면적인 사회 개혁을 이룰 수 있는 기관에서 담당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미래가 소멸되고 있는 이런 문제를 전사회가 함께 떠안고 함께 해결하지 않는다면 누가 해결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지역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24세 청년 전기공의 발언에 대해 듣게 되었다. 그 발언은 2016년, 그러니까 9년 전 당시 대통령 탄핵 심판 청구 중일 때의 발언이라고 한다.

'저는 여러분에게 정말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나왔습니다. 저는 20살 넘자마자 전기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2년이 넘게 일한 회사에서 무거운 것을 들다가 디스크가 나가서 산재 신청을 했습니다. 노동청도 가보고 산재신청도 해보고 별 짓을 다했지만 회사에게 졌습니다. 최저임금 받는데 기름 값 빠지고 방 값 40만 원 빼고 나면 저축할 돈이 10만 원도 남지 않습니다. 저는 좋아하고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는 정말 꿈만 같은 일입니다. 저는 미래가 안보입니다. 사랑하는 사람하고 결혼하고 이런 이야기하면 여기서 뭔가 올라옵니다. 내가 왜 이런 슬픔을 느껴야 합니까?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대통령은 퇴진할 것 같은데, 그러면 제 삶이 나아지겠습니까? 이대로 20년 30년 살라고 하면 저는 못 살 것 같습니다. ' 9년 전 이렇게 발언한 이 청년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졌다면 그 아이가 지금쯤 초등학교에 입학했을지도 모른다. 과연 그의 삶은 달라졌을까. 많은 통계들이 9년 전 10년 전 청년들의 삶이 지금도 여전히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로 노동소득이 감소하고 비정규직이 늘어가고 있는 현상이다.

PYH2017030451720001300_P4.jpg 2016년 박근혜 탄핵집회

우리 마을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나고 아가들의 평화로운 얼굴이 일상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 청년들의 삶을 바꿀 더 큰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마을이 아니라 나라 전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다시 설계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사라지는 마을에는 미래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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