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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옴 Nov 15. 2019

17. 20대 암 환자, 백 살까지 건강하게 살기

음식과 운동 이야기

20대라는 젊은 나이에 뜻하지 않은 암 수술을 받고 회복 중에 있다. 아직 이 몸을 가지고 살아야 할 날들이 길다. 수술도 무사히 잘 끝나고 하루하루 회복도 되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이제부터 건강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물음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건강 관리의 시작은 내 몸 상태를 바로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젊은 나이에 병에 걸려본 경험의 장점이자 단점은 걱정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모든 병의 근원이 마음이라는 말도 있듯, 걱정이 많다는 것은 곧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매사에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몸과 마음의 건강에 좋을 것이 없다. 반면 장점도 있다. 수술을 하고부터는 내 몸의 상태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었다. 나는 ‘퇴원 일기’라는 이름으로 매일의 몸 상태와 회복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나만 보는 기록이기 때문에 내 몸의 변화에 대해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한다. 때로는 회복 과정에서 겪는 일들과 내 기분을 적기도 한다. 기록하려면 관찰해야 하고, 관찰하려면 관심이 있어야 한다. 어리석게도 그동안 나는 건강한 것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내 몸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내 몸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 이상 증세가 나타났을 때 빨리 병원에 갈 수 있고, 병을 좀 더 빨리 알아챌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수술 후 기침이 오랫동안 심해서 병원에 갔는데(3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은 만성 기침으로서, 병원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고 아무 이상 없음을 확인하자 마음도 편해졌고, 약을 처방받아 기침 증상도 완화되었다.               


지속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려면 아무래도 음식과 운동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맛있는 음식은 축복이라 여기며 살았던 내게, 건강한 음식을 먹으라는 말은 잔인한 형벌 같았다. 건강한 음식은 곧 맛없는 음식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미 외식으로 단련되어 버린 내 입맛은 삶은 것보다는 튀긴 것에, 심심한 맛보다는 달고 짜고 매운맛에 반응했다. 이미 맛을 알아버린 사람이 하루아침에 좋아하던 음식을 완전히 끊고 산나물만 먹고 살기는 너무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수술 후에도 특별히 가리지 않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며 지냈다.     

          

그렇게 수술 후 3개월가량이 흐르고, 대망의 저요오드식 기간이 다가왔다. 저요오드식은 말 그대로 요오드가 들어간 식품을 최소로 섭취하는 식단이다. 저요오드식은 방사성 요오드 치료(갑상선암 재발을 막기 위한 일종의 항암치료)를 하기 전 2주간 실시한다. 저요오드식 기간에는 좋든 싫든 몸에 좋은 음식들만 먹게 되는데, 그렇게 3주 정도를 먹고 혈액 검사를 했다. 이전 혈액검사와 수치를 비교해보았더니 콜레스테롤과 공복혈당이 조금씩 낮아져 있었다. 그 기간 동안 몸에 좋은 채소와 과일, 적당량의 살코기 등 가공을 거의 하지 않은 자연식품 위주로 먹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었을까 추측해 보았다. 내 몸은 내가 먹는 음식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 경험이었다.     


저요오드식은 요오드를 거의 섭취하지 않는 식단이므로 건강식단은 아닙니다. 다만, 그 기간 동안 거의 가공하지 않은 자연식품 위주로 먹었고 삼시 세끼를 적당한 양으로 규칙적인 시간에 먹었습니다. 전문가가 아니기에 식단과 혈액 검사 간의 상관관계를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가공식품을 피한 것은 제 몸에 꽤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30년 남짓 한 평생,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학창 시절 체육 시간에는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햇볕을 피하기 바빴다. 대학생이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임용고사 준비를 하던 일 년간은 하루 종일 앉아있다 보니 그나마 붙어 있던 근육마저 다 사라져 버렸다. ‘나중에 취직하면 운동을 시작해야지. 좀 더 여유가 생기면 운동해야지...’ 생각만 하다 정작 운동은 시작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요가 수업에 등록했다. 워낙 몸이 뻣뻣한지라 꾸역꾸역 수업을 따라가고 있었는데, 요가에 재미도 붙이기 전에 암 판정을 받아버렸다. 수술 날짜가 다가오자 요가 수업에 재등록할 수도 없었다. 수술을 하면 회복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간신히 시작한 운동을 허무하게 접고 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끝나고 한 달. 더디지만 차곡차곡 몸이 회복되었다. 이제 다시 운동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끊었던 요가 수업을 다시 신청했다. 같은 요가 수업이었지만 임하는 마음가짐이 달랐다. 이전에는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에서 운동을 시작했다면, 수술 후에는 내 몸을 좀 더 건강하게 단련하자는 목표와 의지로 운동에 임했다. 단, 갑상선 수술을 하고 나면 한동안 목의 움직임이 편하지 않아서 목을 사용하는 요가 동작을 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수술을 하고 나면 병원에서 목 운동 방법을 알려준다. 수술 직후에는 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목의 가동범위도 넓지 않다. 요가를 시작할 때 항상 목을 돌리는 스트레칭을 하는데 그 동작들이 수술 후 유착 방지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병원에서 알려준 목 운동은 6개월간 지속적으로 해주는 게 좋은데 처음에는 열심히 하다 시간이 지나면 자주 잊어버린다. 요가를 꾸준히 하면 스트레칭만큼은 지속적으로 하게 되어 좋았다.  

             

요가뿐만 아니라 좋은 운동이 많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서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은 몸의 근육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마음의 평안을 찾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사실, 나는 "운동하는 게 더 스트레스받아요!"라고 말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막상 운동을 해보니 몸을 움직이는 데서 얻는 즐거움이 있었다. 모두들, 자신에게 어울리는 운동을 선택해 스트레스를 덜어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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