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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옴 Nov 15. 2019

18. 회복과 근무를 동시에 합니다.

복직하다

검사와 진단, 수술과 퇴원이 폭풍같이 지나가고 어느덧 업무에도 복귀했다. 감사하게도 수술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특별한 문제없이 회복 중이었다. 이제 정말 수술 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과연 나의 생활은 건강했던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하는 의심을 안고 교실로 돌아갔다.               


복직 후 첫 출근일, 아이들이 나를 약간 서먹해하며 눈치를 보았다. 두 달 정도 자리를 비웠으니 당연한 반응이겠지. 다행스러운 반응이기도 하다. 학생과 교사 간에는 암묵적인 '간 보기' 시기가 있다. 새 학년이 되거나 담임 선생님이 바뀌었을 때,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서로 스캔하고 각을 재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서로 조심한다. 완전히 파악하기 전에는 섣불리 행동하지 않는다. '간 보기' 시기에는 대체로 학생들을 지도하기가 수월하다. 학생들도 조심스럽게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완전히 뉴페이스 선생은 아니었기에 '간 보기' 시기가 길지 않을 것이다.               


역시 아이들은 금세 적응했다. 내심 아이들과의 관계를 다시 정립하고 우리 반의 기강을 세워야겠다고 마음먹고 갔는데 다 소용없었다. 이 시기는 공교롭게도 방학을 앞둔 때였기 때문이다. 어떤 것도 방학을 앞둔 학생을 이길 수는 없다. 이미 진도는 거의 다 나갔고, 날씨는 너무 덥거나 너무 춥고, 선생님과도 익숙해져서 서로 꼭 지켜야 하는 것만 지키면서 하루하루 방학 디데이를 센다.(그 외에 모든 것은 안 지킨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사고도 많이 일어난다...) 기강을 세우기는커녕 하루하루 사고 없이 즐겁게 지낼 수 있기 만을 바랐다. 그리고 퇴근을 하면 뻗었다. 방학할 때까지만 버티자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퇴근-잠-퇴근-잠으로 채워갔다.               


'여섯 시 반 기상, 일어나자마자 신지로이드를 한 알 먹고, 출근하고, 아이들과 부대끼다, 퇴근하면 쓰러져 잠들고 다시 여섯 시 반 기상'의 무한 반복으로 점점 지쳐갔다. 너무 빨리 복직했다는 후회가 점점 커져가고, 복직을 결정한 과거의 나를 한 대 치고 싶을 때쯤, 방학을 했다. '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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