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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옴 Nov 15. 2019

20. 방사성 요오드 치료(2)

병원복을 또 입다니

내 생애 두 번째 입원이다. 나름 두 번째라고 익숙하게 병원복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지난 입원은 수술 때문이었고, 이번 입원은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기 위함이다. 드디어 방사성 요오드 약을 복용하는 날이다. 약의 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0 mCi 정도라면 외래로, 그 이상의 용량이라면 입원해서 치료받는다. 입원해서 치료받는다고 하지만 사실 치료는 간단하다. 약을 먹으면 치료 끝. 입원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에게 피폭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방사성이 외부로 누출되지 않도록 만들어 놓은 특수 병동인 차폐실에 입원하여 2박 3일 내지는 3박 4일 정도 지내면 된다. 이 기간에는 당연히 외부인과의 면회도 안되고, 의료진과도 직접 접촉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인터폰으로 연락한다. 약은 납으로 만든 무거운 병 안에 들어 있었고, 약을 운반하는 의료진도 납으로 만든 조끼를 입고 있었다. 문도 엄청 두껍고 무거워서 힘을 줘야 열렸다.      

         

오, 이거 좀 위험한가 본데?          

물론, 암세포를 죽이는 만큼 가벼운 치료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위험성이 커서 기피해야 하는 치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침샘염, 소화 불량 및 구토, 전신 피로감 등이 있지만 대개 일시적이고, 3~4일 이내에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여기까지는 인터넷에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이론적 내용이고, 실제 나의 경험담은 이러하다.     

           

입원 당일 피검사가 있기 때문에 아침부터 공복 상태다. 피검사 후 입원 전까지 1~2시간 정도 공백이 있는데, 그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저요오드 간식을 먹는다. 병실로 올라가 30분 정도 기다리니 방사성 요오드 약을 가져다주신다. 약을 먹으면 잘 흡수되도록 1시간 정도 공복으로 계속 움직여야 한다. 심심하니 TV를 틀어 놓고 좁은 병실을 뱅뱅 돌고 앉았다 일어났다, 스트레칭도 쭉쭉하다 보면 30분 정도 지나있다. 어차피 보는 사람 없으니(안전을 위한 CCTV는 있다) 춤도 좀 추고(?) 하다 보면 20분이 더 지나 있다. 이제 점심을 가져다주신다. 점심은 꿀맛이다. 전날 밤부터 공복 상태에다가 먹은 거라곤 간식 조금이 전부니 말이다. 이때만 해도 '오 놀고먹고 자고~ 그냥 놀다 나가면 되겠네~'라고 생각한다. TV를 좀 더 보다 보니 저녁시간이 된다. 침의 분비를 원활하게 하고 방사성 물질이 몸 밖으로 빠르게 배출되도록 하기 위해 TV를 보면서도 계속 물을 마시고 사탕을 먹는다. 그래서 저녁 시간이 되었는데도 배가 전혀 고프지 않다. 식사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오는데, 뚜껑을 열자마자 확, 울렁거림과 메스꺼움이 동시에 들이닥친다. '이상하다. 점심 때는 맛있게 먹었는데 왜 이렇게... 우웩' 저녁은 간단하게 흰쌀밥만 몇 숟갈 뜨고 만다. 잠을 자려 누우니 왠지 외롭다. 밖에 지나다니는 사람 조차 보이지 않는다. 불을 살짝 켜놓고 TV만 하염없이 보다 잠이 든다. 다음 날 아침, 아침밥이 왔다. 플라스틱 식기만 봐도 메스껍다. 남은 음식은 직접 파쇄기에 넣어 처리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저 식기 뚜껑을 열어야 한다. 열지도 않았는데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메스껍다. 결국 아침은 패스. 하루 종일 병실 환기를 제대로 못하니 답답하다. 하수구 냄새도 올라오는 것만 같다. 이제는 나지 않는 냄새까지도 느껴질 지경이다. 점심은 싸 온 과일로 대체. 밥뚜껑을 여는 건 포기한 지 오래다. 하지만 이대로 굶을 수는 없으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인터폰을 든다. "죄송하지만, 밥 대신 죽 주시면 안 될까요?" 흔쾌히 해 주신단다. 저녁에는 죽을 먹을 수 있다. 희망이 보인다. 드디어 퇴원하는 날 아침, 깨우지도 않았는데 이미 옷 갈아입고 나갈 준비를 한다. 사용했던 물건 중 버릴 것은 버리고 가져갈 것은 챙긴다. 나가면 뭘 먹을지 생각하면서 병실 문을 나선다. 핵의학과로 이동해 전신 스캔 검사를 한다. 옷은 어차피 버릴 생각으로 입었던 터라 가진 옷 중 가장 후줄근하게 입고 왔었고, 머리는 2박 3일간 못 감아서 엉망이다. 창피하지만 나갈 생각으로 너무 행복하다. 집에 돌아오는 길, 치킨을 샀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으니 누군가는 편안한 2박 3일을 보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끔찍한 2박 3일을 보냈을 수도 있다. 부디 이 치료를 받는 모두가 평안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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