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로이드 복용하기
퇴원을 하고 본격적으로 두 달간의 병가 기간이 시작되었다. 병가의 목적은 일차적으로 몸의 회복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약 60일간의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쓰고 싶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쉬고 싶을 때 쉬며,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났다. 처음 한 달은 체력이 회복되지 않아서 장시간의 외출은 힘들었다. 기껏해야 집 근처 서점에 들러 책을 읽는다거나, 동네 채소 가게에 들러 먹고 싶은 채소를 사서 요리해 먹는 정도였다. 그래도 좋았다. 평일 낮 시간을 이렇게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니. 학교에 있을 때는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수업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업무에 치이느라 창 밖 한번 제대로 바라볼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학교 밖의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음식을 직접 해 먹는 삶이 좋았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몸의 변화와 회복에 집중했다.
수술을 하고 나면 씬지로이드(또는 씬지록신)이라는 갑상선 호르몬을 아침마다 복용해야 한다. 갑상선을 제거했으니 갑상선에서 만들어 내야 할 호르몬을 외부에서 보충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씬지로이드는 ‘씬지공주’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이 약은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하면 흡수가 잘 되지 않아서 항상 단독으로 복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복용 후 바로 식사를 해도 잘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식전 1시간 정도에 복용한다. 또 대부분의 호르몬제가 그렇듯 매일 일정한 시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의사 선생님 말은 참 잘 듣는 편이라 아침 7시에 알람을 맞춰두고 항상 같은 시간에 약을 먹는다. 출근하지 않는 날에도 같은 시간에 일어나 약을 먹고 다시 잔다.
쉬는 동안 약을 잘 챙겨 먹고 잠도 충분히 자며 몸이 회복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나자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오래 걸을 수 있게 되어 장거리 외출도 가능해졌고, 목의 움직임도 날이 갈수록 편해졌다. 점점 더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수술 후 첫 외래 진료를 받으러 갔다. 미리 피검사를 하고 검사 결과를 통해 갑상선 호르몬 약의 용량은 잘 맞는지, 부갑상선 수치는 괜찮은지 확인했다. 4개의 부갑상선은 칼슘과 인의 대사를 조절하는 내분비 기관으로 갑상선에 부착하여 있다. 수술 시 부갑상선을 보존하긴 했지만 부갑상선에도 부담이 많이 가는 건지 칼슘 수치가 많이 떨어졌다. 당분간은 칼슘 약을 먹으며 부갑상선이 회복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칼슘이 부족해지면 손발이 저릴 수 있기 때문에 칼슘 수치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