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그리고 회복
배액관에 모이는 피의 양이 줄어들면 퇴원이 허락된다. 피의 양이 많이 줄어들어서 예정대로 퇴원하게 되었다. 기침을 참다 참다 겨우 살짝 가래를 뱉어 내면 피가 섞여 나온다거나, 목을 숙이고 뒤로 젖히는 자세가 불가능해서 혼자서는 머리를 감지 못한다거나, 하루 종일 숨을 쉴 때마다 ‘그렁그렁’ 소리가 나는 것은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퇴원을 늦출정도의 특이사항은 아니었다.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퇴원하는 날은 아주 맑은 날이었다. 입원할 때 입고 온 옷을 다시 입었다. 이 옷을 입고 짐을 풀었던 것이 불과 일주일 전이었는데 일주일 사이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모든 동작이 느리고 조심스러웠다. 한 팔 한 팔 옷에 팔을 넣고 가져왔던 짐을 하나하나 집어넣었다. 단추 끼우는 법을 처음 배우는 아이처럼 모든 것을 천천히 해야 했다. 당분간은 무거운 짐을 들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짐은 보호자에게 맡기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가 덜컹거릴 때마다 아직 힘없는 내 목도 같이 덜컹거렸다. 로봇처럼 목과 어깨를 같이 오른쪽으로 돌려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수술 전과 후의 삶은 많이 달랐다. 활동적이었던 나는 시간을 쪼개어 사람들을 만나고 여행을 다니고 취미 생활을 즐기던 사람이었다. 퇴원 후에는 강제로 쉬어야만 했다. 퇴원 후 첫 하루는 꼼짝없이 집에만 있었다. 집안에만 있으니 병원에 있는 것보다 오히려 더 답답했다. 가슴 위쪽부터 목 아래까지는 하루 종일 누군가 조르는 것처럼 답답했고, 피부를 만져보면 내 살이 아닌 것처럼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퇴원 후 이틀째에는 처음으로 혼자 외출을 했다. 걸어 다닐 때에는 고개를 고정하고 천천히 앞만 보고 걸었다. 고개를 좌우로 돌릴 때도 아주 조심스럽게 돌렸다. 한 시간 앉아있는 것도 힘들어서 식은땀이 났다. 힘들었지만 첫 외출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기뻐했다. 그리고 쓰러져 잠들었다.
가벼운 운동은 회복을 돕는다기에 다음 날엔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말이 운동이지 가벼운 산책이었다. 목표는 가까운 공원까지 걸어가서 한 바퀴 돌고 오는 것. 30분쯤 걸었을까. 어지러웠다. 지금 집에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집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게 한 번 짧은 외출을 하고 나면 피곤이 몰려와 낮잠을 자거나 누워 있어야 했다. 이렇게 30분, 40분, 한 시간... 산책 시간은 조금씩 늘어났고, 점차 먼 거리까지 외출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외출 시간도 길어졌다. 그러나 밖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도 어느 순간 콘센트를 확 뽑은 것처럼 온몸의 힘이 빠지고 급속도로 피곤을 느꼈다. 그럴 때는 빨리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마치 고장 난 배터리처럼 언제 방전될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움직이고, 쉬고, 또 움직이고, 쓰러져 잠들고... 그렇게 조금씩 몸이 회복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