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레터 3] 답이 없어도 질문해야 하는 이유

부처스 크로싱 / 존 윌리엄스

by 정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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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윌리엄스의 소설 "부처스 크로싱"은 1870년대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윌 앤드루스는 하버드 대학을 중퇴하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콜로라도의 작은 마을 부처스 크로싱으로 향합니다.

부처스 크로싱에서 앤드루스는 4명의 사람들을 만납니다.


맥도날드: 부처스 크로싱의 상인으로, 앤드루스와 밀러 일행이 들소 사냥에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고 지원합니다.

사냥 이후에는 들소 가죽을 매입하기로 하죠. 하지만, 들소 사냥의 시대는 끝났고, 철도 개발을 대비해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밀러 (Miller): 경험 많은 사냥꾼으로, 윌 앤드루스와 함께 들소 사냥에 나서는 인물입니다.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와 냉철한 현실 감각을 지닌 인물로, 여전히 들소 사냥과 들소 가죽의 가치를 중시합니다. 프레드 슈나이더 (Fred Schneider): 밀러의 친구이자 동료 사냥꾼으로, 들소 사냥 여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밀러와 함께 윌을 지도합니다. 찰리 호지 (Charley Hoge): 밀러의 또 다른 동료로, 신앙심이 깊고 알코올 중독 문제를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실패로 끝난 들소 사냥 앤드루스는 밀러에게서 1863년 콜로라도에서 마주친 수 천마리의 들소 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매혹됩니다.

들소 사냥이 자신의 질문에 답을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밀러, 프레드, 찰리 호지와 함께 들소 사냥을 떠납니다.

사냥에 필요한 600달러의 비용은 앤드루스가 지불하기로 했습니다.

600달러면 앤드루스가 자신의 가진 돈의 절반을 사냥대에 투자한 셈이었습니다. 들소를 만나기까지는 순탄치 않았습니다. 식수는 떨어지고, 길까지 헤매며 사냥대는 고난을 겪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들소 떼를 발견합니다.

그들은 5천 마리 정도 되는 들소를 학살하고 가죽을 얻는 데 성공합니다. 사냥대를 이끌던 밀러는 만족하지 않습니다. 그의 주장으로 남은 들소를 모두 잡기 위해 1~2주를 더 머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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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폭설이 내려 앤드루스 일행은 고립되고 맙니다. 새하얗게 눈덮인 평원에서는 방향감각을 상실하게 됩니다.

햇빛이 쌓인 눈에 반사된 빛으로 인해 실명의 위험까지 존재합니다. 겨울에 눈덮인 평원을 가로질러 부처스크로싱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입니다.

결국 그들은 사냥터에서 겨울을 보내기로 결정합니다.

눈이 녹은 부처스 크로싱으로 돌아가는 길에 프레드는 강을 건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합니다. 그때, 고생 끝에 얻어낸 들소 가죽들도 강물에 휩쓸려 버립니다.

그들은 거대한 들소 떼를 사냥했지만, 들소 가죽은 한 장도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들소 사냥이라는 목적은 달성했으나, 성과는 전혀 없는 실패한 사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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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한 부처스 크로싱

겨우 돌아온 그들을 맞이한 것은 폐허가 되어버린 것처럼 쇠락한 부처스 크로싱이었습니다. 불과 한 번의 가을과 겨울을 지나는 사이에 세상의 종말을 맞은 듯이 변해버렸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들소 가죽 시장은 붕괴되었고, 마을을 성장시킬 것으로 기대되었던 철도 노선은 부처스 크로싱을 비켜갔습니다.

부처스 크로싱의 과거와 현재를 지탱하던 들소 가죽 시장과 미래를 기대하게 했던 철도 개발이 무산되자, 많은 사람들이 부처스 크로싱을 떠났습니다.

절망에 빠진 밀러는 이성을 잃고 맥도날드가 소유하고 있던 들소 가죽에 불을 지릅니다.

들소 가죽이 타고 있는 거대한 불길 앞에서 맥도날드와 밀러는 주먹 다툼을 합니다. 그들의 싸움은 무너진 세상을 상징하는 듯했습니다.


밀러와 맥도날드가 무너진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삶에 대한 자신만의 확실한 답을 가진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부처스 크로싱에서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지, 서부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았고, 모든 행동에 확신이 있었습니다.

정답이 오답으로 드러난 순간, 그들의 알고 있던 세상은 무너졌습니다.

삶도 함께 무너졌습니다.


답이 없는 질문은 삶을 지속하는 힘이다

앤드루스는 달랐습니다. 부처스 크로싱과 삶에 대한 질문은 있었지만, 처음부터 정답이 없었습니다.

정답이 없었기에 모든 행동과 생각이 미숙했지만, 질문이 있었기에 실패의 시간들이 그의 삶을 무너뜨리지 못했습니다.

질문이 있는 앤드루스에게는 들소 사냥의 실패와 황폐화된 부처스 크로싱도 삶의 종말이 아니라, 삶의 과정일 뿐이었습니다.

부처스 크로싱은 서두르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떠나는 앤드루스를 묘사하며, 마무리됩니다.


“지금 어디로 가는지는 대강의 방향 말고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 늦게는 다다르겠지. 서둘지 않고 말을 몰았다. 그는 뒤에서 서서히 해가 뜨며 공기가 안정되는 걸 느꼈다.”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삶인가?’,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 앤드루스가 가진 질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누군가는 그 답을 찾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평생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앤드루스도 부처스 크로싱에서 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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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답이 아닌, 삶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입니다.

질문을 던지고, 존재하지 않는 답을 찾는 과정 자체가 삶을 의미 있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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