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은 통계와 밀접하다. 만일 당신의 가게에 매일 30명가량의 손님이 찾아온다고 가정하자. 한 달이면 무려 900명이다. 두 달이면 1800명이다. 1년이면 만 명이 넘는다. 이 정도 규모면 연령, 지역, 성별로 분류한 여러 개의 데이터가 생성된다.
이만큼의 데이터가 쌓이면 당장 서빙에도 적용할 수 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다양하다지만 결국 그들 역시 패턴의 일부다. 한 곳에서 서버로 일 년 이상 일 해왔다면 손님이 뭘 필요로 하는지 대강 보인다. 사장은 여기에 맞게 필요한 물품들을 구비해 놓는 게 좋다.
어려울 거 없다. 흰 옷을 입은 손님이 국물 요리를 시켰다면 필수적으로 앞치마를 필요로 할 것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들은 아기 의자가 필요하다. 여기에 어린이용 포크와 수저, 접시를 따로 제공해야 한다. 당연히 아기 용품은 평소에 깨끗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당연히 이게 다가 아니다. 파는 메뉴의 특성과 매장 환경에 따라 손님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들이 분명 있다. 이를테면 우리는 의류용 얼룩제거제를 상시 구비하고 있다. 무슨 이유에선지 흰 옷을 입은 날에는 꼭 매운 게 먹고 싶지 않던가(나만 그런가?). 실제로 매운 돈가스를 시키는 손님의 약 40%는 밝은 옷을 입는다. 그리고 그중 약 5~10%는 앞치마를 했음에도 소스가 묻은 빵가루가 튀어 옷을 더럽힌다. 이런 일들이 한 달에 서너 건 무조건 생긴다. 이때 얼룩제거제는 구원과 같다.
마찬가지로 고무줄 머리띠를 테이블마다 대여섯 개씩 구비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성 고객들 중 열 명 중 한두 명은 머리가 매우 긴데, 그중에서 3분이 1은 머리띠가 없어 머리를 여기저기 넘겨가며 식사를 한다. 우리 가게는 원래 테이블마다 머리띠 케이스를 따로 구비해 놨는데 하루사이에 준비해 놓은 수량이 홀라당 동나는 바람에 지금은 요청 시에만 드리고 있다.
이게 끝일까? 아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손님이 식사 중에 코피를 쏟는 일이 일 년에 세네 번쯤 생긴다. 대부분 시험을 앞둔 학생들이다. 일 년에 두세 번은 뚝배기에 실수로 손을 대 경미한 화상을 입는 경우도 벌어진다. 주방에서 쓰는 구급 키트를 계산대에 둔 이유다. 안에는 화상용 연고, 찰과상용 연고, 지혈용 거즈와 솜, 소독약 등이 있다. 가게에서는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고, 우리는 여기에 맞는 모든 물품을 갖춰 놓고자 한다. 같은 이유로 민방위 훈련에서 배운 하임리히 요법과 심폐소생술 역시 수시로 상기한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사실 칭찬받는 게 좋아서기도 하다. 손님들이 혼잣말로 ‘센스’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면 짜릿하다. 얼룩제거제는 개당 5천 원이고 지금 같은 이용 빈도면 반년 이상 너끈히 쓸 수 있다. 머리띠는 개당 백 원도 안 한다. 사실 그렇게 대단한 걸 해드린 것도 아닌데 좋아하는 손님들의 모습을 보면, 사람은 본디 사소한 존재가 아닐까 한다. 어른이 돼서도 빵 한 조각에 서운해질 수 있는 것처럼. 결국 좋은 서비스는 사소한 걸 놓치지 않는 데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