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PLS 이혜령 Apr 24. 2020

우리는 너무 많이 소비하고 있다

라나플라자 참사 7주기

빠른 유행에 따라 사람들은 자주 옷을 사고, 쉽게 옷을 버린다. 하지만 그 값싼 옷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하는 환경오염과 노동자의 인권 문제를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값싼 옷을 얻기 위해 너무나도 큰 비용을 치러 왔다. 똑똑한 소비를 넘어 착한 소비로, 우리의 습관을 되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끼고 있다면, 거기서부터 변화의 시작이다.



세계 최악의 산업재해, 라나플라자 참사

2013년 4월 24일 아침, 방글라데시 수도 근교 사바에서 9층짜리 건물이 무너졌다. 사고가 있기 전 건물 앞에서 노동자들이 건물로 들어가길 거부하는 소동이 있었다. 붕괴의 징후로 참사 전날 대피령이 내려진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납품기한을 맞춰야 했던 관리자들은 대피했던 노동자들을 협박해 다시 공장으로 돌려보냈다. 안전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노동자들에겐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노동자들이 건물로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건물은 맥없이 내려앉았다. 이 사고로 2,500명이 다치고 1,13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는 세계 최악의 산업재해로 기록된 '라나플라자 의류공장 붕괴 참사'다.


고 이후 방글라데시 정부가 구성한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사고의 원인 몇 가지가 밝혀졌다. 법규를 무시한 부실시공과 불법 증축, 당연시되어온 뒷돈 거래, '괜찮아, 문제없어' 안일한 생각에서 비롯된 '안전불감증'이 만든 대형참사였다. 이후에도 정부는 오락가락 갈팡질팡하며 재난 대책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했고 구조작업 역시 더디기만 했다. 정부는 사망자의 수를 430명, 실종자 수는 150명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망자만 1,136명이었다.


누가 내 옷을 만들었나?

이후 더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착취나 다름없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월 4만 원의 터무니없는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었다. 노동자보다는 사실상 노예에 가까웠다. 또한, 방글라데시 참사 당일 붕 괴 위험 경고에도 불구하고 납품 기한을 맞추기 위해 일을 하다가 사고난 것임이 밝혀졌다. 쉽게 사입고, 쉽게 버리는 패스트 패션 산업으로 인해 의류노동자들은 예전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옷을 만들어야 했다. 사람들은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의 노동 현실을 알고 큰 충격에 빠졌다. 자신들이 입은 옷이 결국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의 목숨 값이었던 것이다.


라나플라자 참사는 글로벌 의류기업이 생산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결과로, 개발도상국의 의류공장 노동 현실을 전 세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노동자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의 사건·사고 소식도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다. 수많은 사상자를 낸 참사와 우리의 습관을 연결 짓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 시즌이면 입고 버리는 수많은 옷으로 인해 고통받는 노동자의 인권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인해 예전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있음을 깨닫고 그들의 희생을 더 외면해서는 안 된다.


패스트패션, 더 빨리, 더 싸게, 더 많이!

이뿐만이 아니다. 패션은 석유 다음으로 환경오염을 많이 일으키는 산업으로 환경오염도 심각하다. 합성섬유를 세탁할 때마다 미세섬유가 발생한다고 해서 천연섬유가 환경에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천연섬유 역시 합성섬유 못지않게 환경을 파괴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아랄해의 비극’이다. 아랄해 주변에 대규모 목화밭이 조성되면서,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호수였던 아랄해의 넓이가 90% 가까이 줄어들었다. 아랄해의 생태계는 파괴되고 수많은 생물종이 멸종했다. 호수 주변 숲의 약 90%가 사라졌다. 이로 인해 아랄해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의류산업은 원료 생산과 제품 제작과정에서 엄청난 화학물질을 사용하며 주변을 오염시키는 것은 물론, 유통과 사용, 관리,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엄청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매년 전 세계에서 1000억 장의 의류를 생산하는데, 이 중 3분의 1은 바로 폐기된다. 버려진 후에도 잘 썩지 않고, 소각과정에서는 오염 물질이 배출된다. 소각하면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에 이른다고 한다.


카드뉴스 | 신상미

지금 우리는 너무 많이 소비하고 있다

패스트 패션 기업만의 문제일까? 패스트 패션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패스트패션의 대책으로 슬로우 패션, 윤리적 패션, 착한소비를 제시한다. 하지만 이 역시 잘못된 소비 습관에 대한 죄책감만 덜어줄 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재활용이나 친환경도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는 필요해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습관처럼 소비한다. 기업도 변해야 하지만 우리 역시 변해야 한다. 우리는 덜 소비하고, 우리가 무엇을 사는지를 알아야 한다.



Copyright ⓒDAPLS All Rights Reserved

모든 문구 및 이미지에 대한 무단 도용 및 복제 사용을 금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