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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우리의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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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Aug 06. 2021

동료가 되는 법

우리의 3시 | 타인을 대하는 태도

잠을 자지 못하고 뒤척이다 결국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읽지 않은 메일함에 반가운 이름이 보였다. 다다가 방글라데시에서 새로운 그림책 출간 소식과 함께 그림책 파일을 보내온 것이다. 그림책 프로젝트는 방글라데시에 있을 때부터 이야기해오던 프로젝트였지만, 비용과 방법 등의 문제를 풀지 못해 다음으로 미루던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기회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찾아왔다. 아니, 위기와 함께 찾아왔다.

2017 방글라데시 현지에서 아트페스티벌을 개최하는 콕스바잘에 미얀마의 로힝가 난민 70만여 명이 밀려들어 왔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난민들이 들어왔고, 2017 이전의 난민까지 합쳐 인구 50만의 작은 도시에 100 명의 거대한 난민촌이 형성됐다. 소도시의 고요함과 평화로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치안 문제들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오랫동안 전과 같은 아트페스티벌을 개최하기는 힘들  같았다.

이것이 위기였다면, 기회는 거대한 난민촌이 형성되면서 국제기구와 다양한 국제 NGO가 콕스바잘로 들어왔고, 난민캠프와 지역민들을 위한 다양한 기금도 함께 생겨난 것이다. 이들로부터 안정적인 기금을 받아 그림책 프로젝트를 비로소 실행할 수 있었다.


2016년 아트페스티벌 이후, 테러와 난민사태로 인해 오랜 시간 방글라데시를 가지 못하다가 지난해, 5년 만에 방글라데시를 찾았다. 하지만 뭔가를 다시 시작하기 전에 바로 코로나가 터졌다. 오랜 기다림이 다시 원점. 계획조차 세울 수 없고 앞은 희미하기만 한 상황에, 우리가 컨트롤하지 못하는 커다란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사실 우리는 많이 지쳐 있었다. 방글라데시를 그리워하면서도 마음이 지쳐 한켠으로 미뤄두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이런 비관 속에 빠져 있을 때도 친구들은 빠르지는 않지만, 지치지 않고 그 길을 잘 걸어가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 나눴던 이야기들을 잘 꾸준히 풀어나가고 있었구나, 그리고 우리를, 나를 잊지 않고 있었구나, 여전히 함께하고 있고 함께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말 한마디도 허투루 듣지 않고 서로 믿고 존중하며 함께 하는 이들을 잊지 않는 것, ‘참 멋진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느끼도록 해주는 동료가 되어주는 것, 내가 이들에게서 배운 함께 하는 방법이다.


고맙습니다. 참 많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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