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달아오른 해가 사그러들고
어스레 땅거미 피어나는
달이 깨어나기 직전
살아내면서
어쩔 수 없이 새겨진 삶의 파편들
살아오면서
아래로 깊이 뿌리내린 삶의 흉터들
석양 빛에 살짝 묻어두고
깊은 초록 풀내음 맘껏 품으며
이름모를 들꽃향기 한껏 보듬으며
삶의 모퉁이길을
어슬렁거리고 싶다.
일평생 낮은 자세로 살아온 이들의
저녁 풍경을 서성거리며
소박하고 정갈한 밥상을
마주하고 싶다.
땅이 잠들고
하늘이 열릴 때
쏟아지는 별들을
마음으로 받아내는 밤
빛도 스러지고
인적도 사라져
오로지
깡마른 영혼만이 바스락거린다.